인생은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가는 것인가.

by Irene

살다 보면 어떤 질문은,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다가온다. 그 질문은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마음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불쑥, 삶을 바라보는 방향을 바꿔 놓는다.


내게 그런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인생은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가는 것인가.


처음에는 단순히 ‘운명’과 ‘선택’ 사이의 갈등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삶의 본질에 더 가까운 물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작점을 가지고 태어난다. 누군가는 말이 많고, 누군가는 조용하며, 어떤 이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또 다른 이는 끝없이 관찰한다. 그 시작은 다 다르지만, 그 다름 속에 어떤 방향성이 담겨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삶이란 결국 그 방향을 알아차리고, 점점 더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은 늘 단순하지 않다. 어릴 땐 바깥을 본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에 반응하고, 기대에 맞추려 애쓰고, 자신을 맞바꾸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바깥이 아닌 안쪽에서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크지도 않고, 또렷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인다.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잊힌 어떤 장면처럼.


그 순간부터 사람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세상을 향해 걷던 발걸음이 천천히 안으로 돌아오고, 이제는 자신에게 닿으려 애쓴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선택들이 이어지고, 주변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선택들이야말로 내 삶에 가장 자연스러웠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서야 깨닫게 된다.


그건 정해진 운명이라기보다는, 아마도 내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어떤 흐름 같은 것이다. 명확하진 않지만 낯설지 않았고, 불확실했지만 어딘가 편안했다. 그 방향으로 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보장도 없고, 이름도 없고, 때로는 설명할 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면할수록 마음은 무거워졌고, 받아들일수록 삶은 이상하리만치 단순해졌다.


결국 삶은, 내가 선택해온 모든 것들의 합이 아니라, 어떤 선택 앞에서 내가 얼마나 진실했는가로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한 걸음 한 걸음, 내 마음에 솔직했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뒤돌아보면, 그 모든 길이 나를 향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제는 믿게 된다. 인생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해온 것들 속에서 천천히 나라는 사람의 형태가 드러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어떤 느낌. 그 앞에서 사람은 더 이상 세상을 흉내 내지 않고,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그 순간들을 몇 번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 어느새 내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삶의 법칙이란,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내 마음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방향으로 한 번, 또 한 번, 용기 내어 걸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끝에서, 비로소 ‘나답다’고 느껴지는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자, 모든 것이 조금은 단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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