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거의 9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연결이 끊겼다. 처음엔 단순한 오류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하필이면 지금, 중간고사와 과제 제출이 몰려 있는 시점이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손을 쓸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멘붕이 왔다.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내일 하자”는 마음으로 잠시 내려놓은 순간, 거짓말처럼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부터 밀린 과제와 시험 준비를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해내기 시작했다. 집중력도, 추진력도,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얼마나 질질 끌며 살아왔는가. 긴장감 없이 느슨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쌓여, 일은 자꾸 미뤄지고 마무리는 흐지부지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커다란 ‘사건’이 닥치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그제야 진짜 나를 다시 찾는 것이다.
특히 철학 수업이 주는 스트레스를 일주일 내내 품고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지자 오히려 고민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그걸 통해 알게 되었다. 어떤 과업이 힘든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질질 끌면서 무게를 키워온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미루지 말자. 완벽을 바라기보단,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해치우자. 완벽주의는 오히려 나를 지치게 만들 뿐이다. 힘을 빼고 유연하게, 흐름을 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진심으로 느낀다.
무엇보다, 아무 일 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되었다. 단절의 9시간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평범한 일상의 흐름이야말로 가장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삶은 늘 흘러간다.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오늘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