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1] 시간을 정해둘 때 비로소 몰입도

by Irene

내 몸 사용 설명서: 시간을 정해둘 때 비로소 몰입이 시작된다

요즘 농구에 푹 빠져 있었다. 평소처럼 운동하러 나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원래는 시간을 딱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동을 마치는 게 나만의 방식이었다. 긴장감 속에서 운동에 몰입했고, 끝나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남았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운동을 마친 후 잠깐 농구 구경도 하고, 아니면 그냥 농구부터 즐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운동 루틴을 느슨하게 풀기 시작했다. 처음엔 여유롭고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곧 이상한 흐름이 생겼다. 운동도 늘어지고, 집중도는 흐트러졌다. 몸도, 마음도 가볍지 않았다. 심지어는 농구 경기 관람조차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았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긴장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나만의 규칙이 무너졌을 때, 몰입도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여유를 추구했지만, 오히려 피로만 쌓였고 성취감은 줄어들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몰입(flow)이라는 심리적 개념이 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에 따르면, 몰입은 일정 수준의 도전과 능력 사이에서 균형이 맞을 때 발생한다. 즉, 약간의 긴장과 목표 의식이 있어야만 사람은 집중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 없이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은 뇌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만들고, 만족감도 낮춘다.


운동은 몸을 위한 시간이지만, 결국엔 내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정해진 시간’이라는 경계 안에서 더 자유롭고, 더 창의적이며, 더 건강해진다. 앞으로도 농구는 즐기겠지만, 다시금 운동의 중심에는 ‘집중’과 ‘몰입’을 되찾아 놓고 싶다.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정돈하고 단련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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