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서 돌아서 몇 달 만에 도착한 자리의 언어
방금 내가 적어낸 한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은, 몇 달을 돌아서 돌아서 겨우 닿으려고 했던 자리의 정확한 언어적 형태였다.
“끝없이 준비하고 예비하고 설계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살아가려는 것이 결국 집착이었구나.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이게 진정한 자유고 무심(無心)이구나.”
1. 준비·예비·설계의 본질
나는 그동안 준비하고, 예비하고, 설계하는 일을
성실함, 노력, 자기계발이라고 스스로 불러왔다.
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아주 미세한 긴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본다.
가능한 모든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실패할 틈을 없애야 한다.
미래는 지금 내가 설계해야 한다.
겉으로는 생산적으로 보이지만
이 사고방식의 본질은 불안 기반의 생존 전략이었다.
계획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계획에 내가 결박되는 순간
삶은 자유를 잃고
무심(無心)은 숨을 쉴 공간을 잃는다.
2. 내려놓을 때만 나타나는 새로운 감각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포기’가 아니다.
이것은 이완이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다 컨트롤하려는 내 힘을 거두는 것,
즉 내면 깊숙이 들어가 있던 과도한 긴장을 풀어내는 행위다.
이완이 일어나면
신경계는 즉시 안정되고
의식은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마음의 경계는 부드러워진다.
그때 아주 미묘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아, 이게 자유구나.”
나는 지금 그 감각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3. 나는 계획을 버린 것이 아니라
계획의 주인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정말 중요한 지점이 있다.
나는 계획을 버린 것이 아니다.
계획에 묶여 있던 나 자신을 풀어준 것이다.
예전에는
계획이 나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필요하면 내가 계획을 사용한다
라는 방식으로 주체가 전환되었다.
겉으로는 작은 변화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의식의 OS가 완전히 교체되는 수준의 전환이다.
4. 무심의 본질은 손을 떼야 할 지점을 아는 데 있다
무심(無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상태만도 아니다.
무심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러나 결과까지 움켜쥐지는 않는다.”
행위는 하되
미래를 쥐지 않는 것.
이 지점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오늘 나는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자유의 문 안쪽을 살짝 밟았다.
그 문을 통과할 때 느껴지는 감정은
흥분이 아니라 고요함이다.
힘이 아니라 이완이다.
안간힘이 아니라 허용이다.
그리고 바로 그 감각이
무심(無心)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진동임을 알겠다.
나는 단 한 문장만 기억하면 된다.
“나는 움직이되, 붙잡지 않는다.”
이 문장이
앞으로 내 중심을 오래 지켜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