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 설명서: 좋은 감정도 때로는 내 흐름을 막을 때가 있다
우리는 종종 좋은 기억이나 설레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감정에 잠시 기대고 싶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떤 아름다운 순간이 마음을 두드릴 때, 그 감정은 나를 들뜨게 하고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문제는 그 기분 좋은 파동이 반복적으로 밀려올 때였다. 해야 할 일, 운동 루틴, 과제처럼 현재의 흐름 속에 자리 잡아야 할 것들이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떠다니고 있었다.
좋은 감정인데 왜 문제가 되는 걸까. 나는 그 질문에 오래 머물렀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도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감정이라도, 그것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현재의 집중을 끊어 버리면 결국 나의 에너지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분 자체도 흐려졌다. 강렬했던 설렘은 오래 붙잡힐수록 점차 희미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 경험은 나에게 ‘몰입’의 중요성을 새롭게 이해하게 해 주었다. 몰입은 단순히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내 감정이 흔들릴 때 현재로 나를 다시 anchoring해 주는 생리적 안전장치에 가깝다.
과학적으로도 이런 현상은 설명된다.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자동으로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기본 모드 네트워크라고 부르는데, 이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 과거 회상이나 상상에 빠지고, 현재의 작업과는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몰입 상태에서는 주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불필요한 감정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걸러낸다. 즉, 몰입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잠식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좋은 감정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삶을 방해할 정도로 반복된다면, 기분 좋은 자극이 어느 순간 내 감정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 나는 감정을 억제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감정은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잠시 내려놓는다. 지금 해야 할 일 속에서 나를 회복하고, 필요한 흐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내 몸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때로 단순하다. 순간의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가 가야 할 흐름을 선택하는 것. 이 선택이 쌓여 하루가 만들어지고, 그 하루가 쌓여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
좋은 감정조차도 과하게 머무르면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나는 조금 더 단단한 방식으로 나를 다루고 있다. 마음은 계속 흔들리지만, 이제는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찾는 법을 배워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