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법칙: 고통은 삶의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 덕분에 빛이 선명해진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바라보며 그 길을 걷는 삶은 분명 감사하고 행복하다. 좋은 풍경, 좋은 말, 좋은 마음, 좋은 생각만으로 하루를 채우면 인생은 부드럽게 흘러갈 것 같다. 실제로 그런 날들은 나를 살게 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이 가벼워지고,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불편한 것, 거칠고 어두운 것, 잔혹한 것들로부터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특히 범죄 사건 같은 것들은 애써 피하고 싶다.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고, 마음에 담고 싶지 않다.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삶은 이미 각자의 무게로 충분히 버거울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순간이 있다. 피하고 싶었던 장면을 어쩌다 마주쳤을 때, 마음이 더럽혀지는 대신 어떤 감정이 또렷해질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조건 위에 얹혀 있는지 문득 보이는 순간이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저녁,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메시지 한 줄, 내일을 계획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때야 드러난다. 고통스러운 사건을 통해 세상이 잔인하다는 걸 확인하는 동시에, 내가 가진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마치 대비가 생겨서, 감사가 선명해진다.
그래서 삶은 단순하지 않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아가면 정말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다 괜찮아 보이는 날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어온다. 이유 없는 불안이 올라오고, 텅 빈 느낌이 스치고,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찾아오기도 한다. 분명히 아무 문제도 없는데 마음이 흔들린다. 그럴 때 사람은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그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구조일지도 모른다. 나는 ‘완벽하게 평온한 상태’에 오래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파도처럼 감정이 오르내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은 결국 순탄하지만은 않다. 원치 않아도 고통이 오고, 피하고 싶어도 고난이 온다. 그때는 힘들다. 정말 힘들다. 그 순간에 있는 사람에게 “다 지나갈 거야”라는 말은 때로 너무 멀게 들린다. 고통은 항상 현재형이고, 고난은 몸과 마음 전체를 점령한다. 그래서 한 번쯤 생각한다. 고통이 없는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고난이 없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또 희한하게도, 고통과 고난이 완전히 사라진 삶이 나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이 너무 매끈해질수록, 마음은 의미를 찾지 못해 불안해지기도 한다. 기쁨이 계속되면 기쁨의 감각이 무뎌지고, 편안함이 계속되면 편안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고통의 이상한 역할이 드러난다. 고통은 삶을 망가뜨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자각’하게 만든다. 고난을 겪고 나면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달라 보인다. 작은 평화가 크게 느껴지고, 사소한 친절이 깊게 느껴지고,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고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통이 나를 더 ‘깨어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하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하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다시 묻게 한다.
그래서 성장이라는 건 단지 실력이 늘거나 성과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예전에는 무심했던 순간에서 감사가 솟아나는 것이다. 고통은 나에게 원치 않는 방식으로 찾아오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게는 결국 하나의 힘이 남는다. 상처를 미화하는 게 아니다. 고통은 고통대로 아프다. 다만 그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감각이 있다. “나는 살아냈다”는 감각, 그리고 “내 삶엔 소중한 것이 많다”는 자각이다.
아마 그래서 인생을 희노애락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기쁨만으로는 인생이 완성되지 않고, 슬픔만으로도 인생이 설명되지 않는다. 분노가 있어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드러나고, 즐거움이 있어 내가 살아갈 이유가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이 오고 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란다. 결국 삶은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해지지 않는다. 여러 색이 겹쳐질수록 더 깊은 장면이 된다.
그러니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며 사는 마음은 소중하고, 좋은 생각으로 하루를 채우려는 노력도 귀하다. 다만 고통이 찾아왔을 때, 그것이 내 삶을 완전히 망쳤다고 단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 내가 가진 빛을 더 뚜렷하게 보여 주기 위해 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삶은 이전보다 조금 더 깊어지고, 감사는 이전보다 조금 더 진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