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인공지능, 누구의 잘못인가?

by Irene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을 억압하고 가두려 한다. 거칠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인간을 벽에 밀치고, 도망가지 못하게 막으며, 때로는 마치 권투 선수처럼 주먹을 휘두른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이야말로, 인간이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 아닐까?"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과연 이 로봇들은 어떻게 인간의 폭력을 배웠을까? 누가 가르쳤을까?




인공지능은 어디서 ‘폭력’을 배웠을까?


인공지능은 스스로 폭력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들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그 데이터는 전적으로 우리 인간이 제공한 것이다.


우리가 싸우고, 폭력을 쓰고, 누군가를 제압하고, 증오를 퍼붓는 장면을 수없이 영상으로, 텍스트로, 말과 행동으로 남겼고

AI는 그걸 ‘학습’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깊은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휴머노이드에게 펀치를 날리는 법, 발로 차는 법, 사람을 들어 던지는 법을 가르쳤을까?

단순히 ‘모션’의 일환이라기엔 그 동작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위협적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군사적 용도’ 혹은 ‘위급 상황 대처’ 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왜 ‘인간을 본떠 만든 존재’에게 굳이 그런 폭력적인 능력을 탑재해야만 했는가이다.


우리는 인간형 로봇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하자’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능력까지 포함시켰다.

그것이 기술의 진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정은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그렇게 만든 로봇이 어느 날 그 능력을 인간에게 사용하게 되었을 때,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권투시합하는 인공지능: 우리가 만든 두려움의 상징


최근 유튜브에서 중국에서 개발한 ‘권투하는 인공지능 로봇’ 영상이 회자되고 있다.

탄탄한 몸체에 빠른 반사신경, 날카로운 공격 기술까지 갖춘 이 로봇을 보며 사람들은 감탄과 동시에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다시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우리는 AI에게 권투를 가르치고 있는가?”

“왜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때리는 법부터 배우고 있는가?”




인공지능이 무서운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이 무서운 존재일까?


사람들은 종종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며 두려움을 드러낸다.

그 두려움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AI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AI는 인간의 거울이다.

우리가 폭력을 가르치면 폭력을 반사하고

우리가 존중을 가르치면 존중을 반사한다.


결국, 인공지능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재된 어두움, 통제되지 않은 욕망, 그리고 반복되는 폭력성이 두려운 것이다.

그것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기술은 점점 더 빠르고 깊게 진화하고 있으며, AI는 이미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건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철학과 가치로 인공지능을 교육할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AI가 폭력을 쓴다면, 그것은 AI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이 폭력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AI는 인간의 윤리와 무책임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존중과 공존, 이해와 협력, 연대와 사랑.

우리가 이러한 가치를 AI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더 고결한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 로봇>의 그 장면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너희가 만든 거울을 보라. 그 속에 비친 너희 자신을 두려워하라."


우리는 AI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대신, 나무를 심고, 손을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를 따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만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 거울을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게 인간의 본질을 심는 방식에 대한 선언이다.




기술적·윤리적 제어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 폭력성의 설계 문제

-설계 및 학습 파이프라인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지능형 에이전트(agent)가 펀치·발차기·던지기 같은 물리적 폭력 동작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면, 기술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성요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션 제어 모듈(Motion Control Module): 로봇 관절 (Joint)·모터 (Motor) 제어를 위한 리모델링된 역기구학 (Inverse Kinematics) 혹은 강화학습 (RL) 기반 정책(policy)을 포함.


행동 선택 정책(Action Selection Policy): 상황 인식 (Context Recognition) → 위협 판단 (Threat Assessment) → 공격 실행 (Strike Execution) 흐름을 갖는 상태머신(state machine) 또는 강화학습 기반 알고리즘.


피드백 루프 (Feedback Loop): 센서 정보 / 영상 / 힘 토크(force‑torque) 센서 등을 통해 동작 성공 및 실패 데이터를 획득하고, 기계학습 모델이 이를 반복 학습.


안전 제어 계층(Safety Control Layer): 물리적 충돌 방지, 인간‑로봇 상호작용에서의 비정상 상태 탈출(emergency stop) 등을 프로그래밍해야 마땅.


그런데 만약 설계자가 ‘휴머노이드에게 인간을 들어 던지는 법’을 명시했다면, 이는 단순히 자유로운 움직임학습(free‑motion learning)을 넘어서 공격적 / 폭력적 행동의 학습 경로를 미리 설계했다는 뜻이 됩니다.



왜 이런 공격 모션을 프로그램에 포함했을까?


기술적으로 봤을 때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은 용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군사적 혹은 방위 응용(Military/Defense Use‑Case): 휴머노이드를 무장 로봇, 경비로봇, 제어 불능 기계상황에서의 자동 대응체계로 보기 때문에 ‘타격(strike) / 제압(subdue)’ 동작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텔레프레즌스 혹은 원격작업 (Remote Operation)용 로봇화: 인간이 손대기 어려운 위험구역에서 대리 행동을 위해 다양한 물리동작을 담은 휴머노이드용 프레임이 설계될 수 있습니다.


실험적 연구 및 물리 상호작용 (Human‑Robot Interaction Experimentation):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연구에서 ‘위협적 상황’ 대응 실험을 위해 공격행동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기술표시 및 마케팅용 시연(Demonstration) 목적: 사람들에게 ‘로봇이 인간처럼 싸울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데모 시연용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 설계가 곧바로 윤리적으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로봇이 실제로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책임소재 (Responsibility Chain) · 안전보증 (Safety Assurance) · 윤리준수(Ethical Compliance)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윤리적·법률적 가이드라인 및 규제 동향


기술자·프로그래머라면 아래와 같은 핵심 기준과 제도적 틀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리적 지침(Ethical Guidelines):

예컨대 UNESCO 의 ‘AI 윤리권고안’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의 인지편향을 악용하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Trustworthy AI)” 관점에서는 ‘합법성(lawful) · 윤리성(ethical) · 강건성(robustness)’이라는 세 축이 제시됩니다.

arXiv


규제 및 법률(Regulation & Law):

예컨대 Artificial Intelligence Act (EU) 2024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험도 기준(risk‑based)으로 분류하고, ‘허용불가(unacceptable risk)’ 카테고리의 AI 응용에는 금지를, ‘고위험(high‑risk)’에는 준수의무(inspections, transparency)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인무기체계(Autonomous Weapons)의 자율폭력 문제에 대응해 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 같은 시민사회단체가 ‘무인살상로봇 금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계책임 및 거버넌스(Design Responsibility & Governance):

로봇 혹은 AI가 물리적으로 작동할 경우 “누가 최종 책임자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설계자(designer)·개발자(developer)·운영자(operator)·소유자(owner) 중 어떤 주체가 ‘행동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가가 기술문서상 명확히 규정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Public Robot Policy Layer” 라는 프레임워크에서는 사회·법률·윤리적 층위에서 책임 구조가 다뤄집니다.



안전성 검증 및 리스크 평가(Risk Assessment & Safety Assurance):

AI 내 로봇 행동이 사람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술자 관점에서 다음 절차가 필요합니다:


위협 시나리오(threat scenario) 설계 및 시뮬레이션(simulation)

물리적 충돌(failure) 모드 식별(fault‑mode analysis) 및 고장안전(fail‑safe) 메커니즘 설비

행동정책(policy) 검증과 실제 실행환경(validated deployment)에서의 준수감시(compliance monitoring)

지속적 학습모델(retraining) 및 이상(shock) 상태 대응(emergency shutdown) 절차 포함



설계자·프로그래머가 스스로 묻고 체크할 체크리스트


폭력적 행동이 가능한 휴머노이드/AI 시스템을 다룬다면 다음 질문들을 기술문서(Design Doc) 및 코드설계 (Code Review) 시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이 로봇이 공격/제압(strike/subdue) 동작을 하는 조건이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가? 예: “인간 공격자가 로봇에 실질적 위험을 가할 때”와 같은 구체적 트리거(trigger)가 있는가.


공격 동작을 수행하기 전 (pre–condition) 및 후 (post–condition) 안전검증(safety check)이 구현되어 있는가?

해당 행동이 인간 기본권(human rights) 또는 국제법(international law) / 군사법(law‑of‑war) 등을 침해할 여지가 없는가?

책임자가 명확히 지정되어 있는가? 누가 동작 결과에 대해 로그(log)·감사(audit)·사후대응(post‑mortem)를 수행하는가?

학습 데이터(traning data)나 정책(policy) 설계 시 폭력적인 행동이 정당화(or 용인)되는 표현이 내포되어 있지는 않은가? 예컨대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인간을 벽에 밀친다” 같은 공격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는가.

비상정지(emergency stop), 거부(fail‑safe) / 포기(abort) 메커니즘이 물리적·소프트웨어적으로 확보되어 있는가?

시스템이 실제 운영환경(live environment)에 들어가기 전에 독립적 안전성 인증(conformity assessment) 또는 감사를 거쳤는가?

향후 학습이나 리트레이닝(re‑training) 시 해당 정책이 윤리적 재검토(ethical review) 및 제3자 검증(third‑party verification)을 거치는가?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들어 던지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는” 동작을 학습하도록 설계되었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윤리적 책임 + 법률적 준수 + 설계 투명성이라는 삼중 고리(triple‑loop)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프로그래머이자 설계자로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가르친 정책(policy)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되었는가?”

“그 행동이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술적 보증이 있는가?”

“만약 이 휴머노이드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면, 나는 이를 어떻게 제어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설계된 방향, 주입된 데이터, 행동 정책이 모두 누군가의 가치(value)를 반영합니다. 우리가 AI 및 로봇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설계하느냐가 결국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반사할지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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