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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Apr 12. 2024

'도둑맞은 집중력'

요즘 읽고 있는 책

글도 안 써지고 집중도 안되고 자꾸 넷플릭스만 보는 일상이 반복되는 요즘이다.

연초의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독서 모임에 가입을 했다. 

독서 모임에서 시작한 첫 책은.


'도둑맞은 집중력'


내 장바구니에 이미 들어가 있었던 책이다. 나중에 사서 보리라 하고 넣어 놓았었겠지만, 역시나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쨌든 독서 모임 덕에 이때다! 하고 구입을 했다.


그리고 읽어가며 드는 생각 '아, 이 책 사기 참 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나를 바꾸자. 하나에 집중하고 계획하고 실천해서 이루어내자! '는 많은 의지력 강화 책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집중력을 찾기 위해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을 바꾸어야 합니다!라고 외치기보다는 다양한 방면에서 그 원인들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개 방식이 믿음직스럽다.

지금부터는 나처럼 이 책에 관심이 있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가 개인적으로 읽고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내게는 작은 고민이 하나 있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고, 일을 하다가도 자꾸 딴짓을 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아졌다.(주로 핸드폰) 그런 증상이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나는 나의 산만함이 나이를 먹어가며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집중하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결과가 좋은 적은 많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최근까지도 나는 집중력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력이라고 생각했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없애고, 나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것.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자주 무너졌다. 그리고 의지가 무너질 때마다 나는 나의 의지력 부족을 원망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제임스 윌리엄스는 내가 프로빈스타운에서 근본적인 실수를 하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구글의 전략 전문가로 일하다 섬뜩함을 느낀 뒤 인간의 주의력을 연구하고 실리콘벨리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무엇을 한 것인지 알아내고자 옥스퍼드 대학으로 떠났다. 

그는 내게 디지털 디톡스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이틀씩 바깥에서 방독면을 쓰는 노력이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개인 차원에서는 단기간 특정 효과를 볼지 몰라요. 

하지만 지속 불가능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죠." 

그는 광범위한 사회에서 거대한 침략 세력이 우리의 주의력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p163


이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일관된 핵심 원칙이 하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게 만들 정보를 보여준다. 그게 다다. 우리가 화면을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알고리즘은 언제나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도록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보를 파악해서 그 내용을 점점 화면에 들이붓는다. 

알고리즘은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된다.

P202



책에서 작가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20명 중 19명이 요요현상이 오는 것이 의지력 문제일 수도 하지만 정크푸드가 점령한 환경 탓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집중력 저하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집중하는 일에 매번 실패하고 인터넷과 SNS 세계로 돌아가고 만다. 이는 의지력이 약한 탓도 있겠지만 집중력을 노리는 알고리즘 탓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신선했다. 최근까지도 나는 내 의지력 탓만 해왔는데, 내 무너짐의 이유가 100% 의지력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의지력을 무너뜨려야 돈을 버는 알고리즘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고 내 의지력은 그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은 내 아이를 생각하며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매체들에 둘러싸여 자라나고 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 나도 이렇게나 빠져나오기 힘든데, 우리 아이들은 점점 더 알고리즘에 대항하기가 힘든 세상에 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그 알고리즘에 잡아 먹히지 않고,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작가는 개인의 집중력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집중력을 지키기 위해 나를 통제하는 것은 개인의 영역일지 몰라도,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 제목처럼 집중력을 도둑맞은 거라면 도둑을 잡는 사회의 노력도 이제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로서,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생각해 보게 된다.

이미 현대는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아예 막을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 세상 속에서 스스로 정보를 자제하고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나도 잘 안 되는 걸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정신이 산만하고 집중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 나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없더라고 우리를 둘러싼 알고리즘의 이면이 궁금한 분들에게도 추천해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리고 그런 시간이 모여서 내 아이가 사는 미래에는 알고리즘이 돈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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