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두더지

by 김태광수

축축한 흙더미로
아늑하기 그지없는
심연 같은 어둠
절망으로 외로움을 곱씹고는
뽑힐 듯한 발톱으로
피가 나듯 하염없이
내 자신을 내던지듯
밑바닥으로 파고든다.

토룡 같은 지렁이
골판지 식감으로
하염없이 씹어 대면
비늘 한 줄 돋을까 꿈꿨다만
햇빛이 털 냄새를 태울 적
조심스레 하늘을
원망하며 올려다본다.

비웃음일 테지,
쇠 맛 감돌던
굴 속 메아리 몇 줄을
들이켜 삼키고는
뱃속에서 불어오른
철 지난 구호 몇 줄을
매캐한 흙먼지와 함께
게워내듯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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