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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이음 May 11. 2024

태어난 김에 인도살이(3)

(인도살이 준비기 3 - 난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


인도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공기청정기와 정수기를 중고로 구입하고,

샤워기 필터와 리필, 세탁 세제, 주방 세제, 화장지, 각종 가전제품 등등..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다.


막막함이 몰려와서  준비해야 할지 모르지만,

당장 급한 건 아이가 다닐 학교였다.


먼저 학교를 어디로 보내야 할까?

우린 푸네의 2개 국제학교를 두고 고민했다. 


인터넷으로 국제학교 정보를 열심히 찾았다.

정보가 많지 않았고, 블로그에 올라오는

학부모들의 경험담이 대부분이었다.

학교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데

인도에 먼저 들어간 남편이

 국제학교를 추천했다.


최근에 문을 열어서 학교 시설이 깔끔하고,

커리큘럼도 다는 말에 그쪽으로 마음이 쏠렸다.


그렇게 아이 학교를 결정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 지원 절차를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IT 강국이라는 인도의 국제학교 홈페이지에서

각종 서류를 첨부한 입학지원서를 업로드하려는 순간,

오류 메시지가 떴다.


마지막 단계 지원서 접수만 하면 끝인데,

노트북 화면이 멈췄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가?

몇 번을 다시 해봐도 같은 상태였다.

국제학교 입학지원서는 써할 내용이 많아서

정말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난 입학지원서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이름부터 다시 적으면서 내용을 채웠다.

우여곡절 끝에 입학지원서를 접수하고, 

2주 정도 시간이 흘렀다. 


난 겨울방학 동안 입학 절차를 마무리하고,

인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3학년 1학기는

홈스쿨을 할 계획이었다.

홈스쿨로 부족한 영어를 채워주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국제학교에서는 이메일 확인도 하지 않았고,

연락도 오지 않았다. 기다림이 시작된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여전히 오지 않는 학교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현지에 있는 남편이 학교에 연락한 뒤에

답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이 현지에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메일을 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내가 원하는 다음 입학 절차나 인터뷰 일정이 아니었다.  

입학 진행을 위한 CAT4와 OPT 테스트를 위해

언제 인도에 방문할 예정이냐고 묻는 메일이었다.

테스트와 인터뷰를 위해 우리 인도에 가야 하는 건가?





이 난관을 또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학교에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구구절절 인도에 들어갈 수 없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테스트와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다는 답변이 왔고,

더 간곡하게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에 검토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 뒤로 또 한참을 기다렸다.  

국이라면 성격 급한 내가 먼저 연락했을 텐데...

답답하지만, 3주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난 답변을 기다린다는 이메일을 여러 번 보냈고,

남편은 인도에서 학교로 계속 연락을 취했다.

결국 테스트와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것만으로도 어찌나 감사하던지,

모두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의 입학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첫 번째는 CAT4와 OPT 테스트,

두 번째는 입학 담당자와 영어 인터뷰,

번째는 교장 선생님과의 영어 인터뷰였다.

2주에 걸쳐 화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다.


긴장의 연속이었던 인터뷰가 끝나고,

4월 26일에 입학제안서와 각종 동의서,

수업료를 알려주는 메일이 왔다.

드디어 입학 절차가 끝났구나.


난 하나라도 빨리 준비하고 싶어서 마음이 급했는데, 입학 절차만 4개월이나 걸렸다.

1월에 입학지원서를 내고, 영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종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기까지

4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내가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고,

애를 태우는 사이

인도는 휴가 기간도 있었고,

본격적인 입학 시즌 준비는 4월에 시작된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 혼자 전전긍긍...


외국 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친구말이 기억난다.

친구는 유럽의 느긋한 생활 습관이나 문화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다림을 배웠다고 했다.


처음에는 나처럼 바로 처리되지 않는 일에

답답해하고 짜증을 내다가

이제는 주문한 식재료가 바로 배달되고,

AS 기사님이 2-3일 안에 방문해 주면 너무 빨리 와줬다며 감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자신이 변해갔다고 한다.

덕분에 한국에서 급했던 성격을

조금은 고칠 수 있었다는 얘기였고,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했던 말을 조금은 알겠다.


인도 출국까지 이제 3개월 남았다.

인도살이 준비는 많은 한국 물건을 사가는 게 아니라

느긋한 마음가짐, 기다림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격이 급한 나는

국제학교 입학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뭘 하지?

다음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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