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사 준 뒤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친구집과의 왕래가 잦았던 것으로 기억이 나긴 하는데, 내 기억에 나의 친구가 우리 집에 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내가 다녔던 초 중 고등학교는 모두 우리집과 멀었고, 우리집에는 게임기나 컴퓨터도 없었으며, 맛있는 반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인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돋보기를 썼고 쉬는 시간에 보온병을 꺼내는데 그 보온병 안에는 보약인지 한약인지 모르겠으나 탕약을 먹었고 입가심으로 당근이나 오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몸이 불편했지만 그 친구는 집에서 정성스레 케어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니 그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몸이 불편하였음에도 나는 부러운 감정도 있었다.
친구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놀게 되어 우연히 그 친구네 간 연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친구들이 왔으니 뭐라도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고심(?) 끝에 떡볶이를 정성스럽게 즉석에서 만들어 주셨다. 떡볶이를 먹는데 양배추가 있어서 애들 건강을 생각해서 양배추를 넣은 떡볶이를 먹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 당시 길가에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었는데 (지금도 맛집이라고 블로그에 올라온다), 사장님이 떡볶이 판에 거의 1/3정도 설탕을 부으시는 걸 보고 적지 않게 충격이었는데 그 아주머니의 정성스런 떡볶이를 먹으니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5,6 학년 때 인기 많았던 친구집에 가면 어머니가 푸짐하게 한 상을 내어 오셨다. 우리 집은 신맛이 강한 묵은지 김치를 먹는데 여기서는 참치도 넣어서 신김치를 볶았고 따듯한 김치볶음에서도 참기름 냄새가 가득했고 깨가 쏟아지는 볶음김치를 주셨었다. 다양한 쌈과 삼겹살도 구워주셔서 나는 눈치 없이 친구네서 밥을 두 그릇을 먹었다. 그때 내가 5, 6학년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핍했을 때 그 친구의 친구가 금은방을 했는데 거기서 산 일제 폴라리스 딱따구리 시계도 나에게 주었다. 그 사건이 3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친구가 나에게 주었던 특별한 정이 느껴지곤 한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 친구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친구는 인기도 많았고 잘 베푸는 친구라 나는 그 중의 한 명일 뿐일 것이라 기억을 못 할수도 있다.
친구 어머니가 친구들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해 주셔서 나는 그 감정이 특별하게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애들 친구가 집에 오면 조금 신경이 쓰인다. 친구들이 편하게 있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장을 볼 때 친구들을 위해서 가끔 간식도 사고, 집에 간식이 마땅하게 없으면 내가 좋아하여 옷장에 쟁여 둔 마카다미아 초콜렛을 아이들에게 주기도 한다.
두 아이 중 한 명만 먼저 휴대폰을 사주었더니, 한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1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톡이나 전화를 하게 되었다. 우리 아들은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시간 되냐고 물어봐서 그 친구가 시간이 되어 집에 오면 나는 애들 소음에 견딜 수 없지만 소음에 굉장히 취약한 내가 그래도 애들 노는 거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죽여 있는다. 애들 친구들이 재미있게 놀다 가라는 이유에서이다. 아이 휴대폰은 겨울방학 때 사주어서 친구가 방학 때만 자주 오는 줄 알았더니, 개학을 한 지금도 그 친구는 영어학원이 끝나면 우리 집으로 온다. 얼마 전 면접을 위해 반반차 쓰는 날에도 그 친구는 이미 집에 와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가 집을 어지르는 것도 아니고 눈치도 빤해서 눈치도 봐 가면서 집에 있다가 친구 어머니가 밤이 되면 그 친구에게 "언제 집으로 오냐"라고 한 번이 아닌 폭풍 전화를 받고 그제서야 집으로 간다.
아이는 거의 둘이 놀다가 친구가 와서 놀고 그러니까 너무 좋아한다. 나는 퇴근 후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그 친구가 왔는지 안 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친구와 같이 놀면 그날은 텐션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우정은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놀다 가거라. 아들아 나는 소음에 약해서 잠시 동네에서 멍때리고 있을테니 친구가 집에 가면 전화줘라. 나는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서 멍때리는 걸 가장 좋아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