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가만히 있고 아들도 가만히 있자
군 복무시절 고등학교 동창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휴가를 쓸 궁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행정보급관님에게
"제 친구는 7년 전 같은 대대에서 근무를 했을 정도로 각별한 동창 중의 한 명입니다."
"다가올 2차 휴가를 잘라서 이번에 휴가를 가고 싶습니다"
라고 했으나 행정보급관은 단칼에 거절하였다.
나는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막상 거절을 당하니 조금 서운했으나
그런데 군복무 당시 나보다 1살 많은 중대장이 나에게
"휴가를 다녀오라"
라고 하여 적지 않게 당황했지만 2차 휴가 3일을 소급하여 고등학교 동창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30살이 되어 병장이 되고 이제 군생활이 2개월 정도 남았을 때 조용히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부대의 일부 품목이 앞으로 다른 부대에서 취급이 된다고 해서 나는 갑자기 다른 부대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인제에서 더 북쪽으로 전출을 갔다. 새로 전출 간 곳에서 2차 휴가를 가게 되어 휴가 당일 휴가증을 봤는데 전 부대에서 특별휴가 쓴 걸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말할까? 말까? 말할까? 말까? 부대복귀를 빨리 할까? 말까?
평소에 나 같았으면 곧이곧대로 말했겠지만 이번에는 참아 보기로 한다. 특별휴가를 적용한 복귀날이 되어도 행정반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3일을 추가해서 쉬고 부대로 복귀하여도 나 혼자만 불안할 뿐 아무런 이야기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나는 공짜 3일 휴가를 맛보았으나 불현듯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어도 될 때는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팀장에게 무조건 다 말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나는 안 해도 될 말을 하여 결국에는 내가 입사 전의 히스토리를 다 뒤져서 결국에는 생산성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런 일로 인하여 결국에는 일이 커지는 효과를 많이 경험하였다.
예전에 게임회사 다닐 때 대표가 나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사업 아이디어를 내라라고 하였다.
사업부가 있는 가운데도 나는 월권을 하여 결제 UI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냈더니, 내가 디자이너 하고 개발자한테 일을 시킨 격이 되어서 디자이너 하고 개발자가 나를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업부에서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디자이너와 내가 개발자에게 일을 주니 디자이너하고 개발자는 "얘 선 넘네"라고 느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내서 회사 사업을 바꾸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들아 좀 옆에서 부추기지 좀 마
쌍둥이 아들은 바둑을 배우는데 얼마 전 승급심사의 대국에서 큰 아이는 2승 1패를 하고 작은 아이는 1승 2패를 해서 작은 아이는 기분이 안 좋은 상황이었다. 큰 아이는 작은아이에게 "네가 운이 안 좋은 거야"라고 말해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는 큰 아이에게 내가 있었던 이야기를 알려주면서
"옆에 기분 안 좋은 친구가 있으면 웬만하면 가만히 있는 거야"
"아빠는 예전에 대학교 때 친구 도와준답시고 옆에서 말 한마디 잘 못했다가 같은 학번 동생이 나에게 밖으로 따라 나오라고 해서 주먹다짐을 할 뻔한 적이 있었어.."
그래도 명색이 대학교에서 주먹다짐을 할 뻔한 사실은 아빠로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기억이야.
"아빠도 옆에서 부추기는 성격이라 없어도 될 일을 많이 만들었어."
"아빠와 우리 아들 둘 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하고 싶을 때는 숨을 크게 쉬고 하고 싶은 말이 내 뇌를 지배해도 꾹 참고 우리끼리 히히덕거리면서 집에서 말하도록 하자."
미안하다. 아들아 너의 자유를 속박한 것 같아서.. 그러나 급발진한 말이 너를 더 속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몇 수 앞을 보라고 바둑을 배우라고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