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왜 헤어나오지 못했나?
중독(습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몇 번의 각성만으로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십 수년 이상 지속해오던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름아니다. 단호하게 결심을 했다고 해도 중독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스스로의 방해는 기본이고 주변의 훼방도 만만치 않다. 안팍으로 모두 승리해야 하는 힘겹고 지루한 싸움이다. 몇 번을 승리했다고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꾸준히 도전해 승리를 지속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이다.
책을 읽든, 스승의 가르침이든, 스스로의 자각이든 의지가 불타오르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불꽃은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일으키는 바람에 차갑게 노출되어 쉽사리 사그라든다. 의지라는 아이템 만으로 나의 변덕과 주변 환경이라는 거대한 몬스터를 물리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십여년간 술, 담배, 미디어를 끊으려 참 많이 발버둥을 쳤다. 젊음의 패기로 시작한 의지라는 불꽃은 처음에는 활화산 같았으나 어느덧 횃불이 되어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촛불로 변해버렸다. 그리고는 잠깐의 일렁거림에 휙하고 꺼져버렸다.
처음에는 이런 실패들이 의지의 부족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내 의지가 박약해 중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돈다고 생각했다. 잦은 실패에 자존감(자기 효능감)도 덩덜아 떨어졌다.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내가 그렇지 뭐’라는 독백만 남기고 포기했다. 돌이켜 보니 중독에서 자유는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기본적인 의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 조성과 전략이 의지보다 더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의지 하나로만 중독에 대항했던 그 시기는 잇따른 실패가 필연이었다. 중독과 싸울 준비가 부족했고, 전략이 없었으며, 오만했다.
중독에서 자유를 향한 과정은 온전한 나와의 싸움이다.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적합한 전략을 수립해야하고, 겸손하고 차분하게 맞서야 한다. 시도하는 과정에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꾸준히 목표를 조율해야 한다. 책과 강의를 통해 정보를 얻고 스스로 체득하면서 중독의 속성(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독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트리거를(Trigger) 알아차리고 중독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기 시작해다. 환경을 조성하고 습관을 자동화해서 조금씩 성공을 거두어 나갔다. 자각력과 의지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운동과 명상도 병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보다 적은 의지로 효율적으로 중독에 대처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지금 내가 모든 중독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술, 담배, 커피, 스마트폰 같이 정신과 몸에 크게 해를 끼치는 네가지는 확실히 끊어냈지만 아직 지속하는 것들도 몇 가지가 있다.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소소한 것부터 생을 두고 싸워야하는 것들 까지 다양한 중독(습관)들이 몸에 달라붙어있는 게 사실이다. 나만의 숙제이다. 하지만 예전같이 의지 하나로 덤빌 계획은 없다.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적으로 이겨나갈 것이다. 경험이 뒷받침하는 지금은 조금 더 수월하고 현명하게 중독 대상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자신이 있다.
나는 중독 관련 전문의가 아니다. 오랜 시간을 중독에 빠져 허우적 거려본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말하고 싶다. 중독의 대상별로 하나씩 담담하고 차분하게 얘기하려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이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