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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less Jun 03. 2024

2.3. 술 그리고 파이어족


나는 왜 그토록 좋아하던 술을 끊었는가? 술자리에 떠들썩할 그 시간에 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가? 그러면서 잘 다니고 있는 정년이 보장된 회사를 왜 뛰쳐나오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각기 다른 질문이지만 그것들이 뜻하는 바는 하나이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 놓은 꽃길?을 잘 따라왔다. 아차하고 옆길로 샐까 노심초사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잘 걸어왔다. 그 옆길에는 낭떠러지와 가시덤불이 있다고 배워왔으니까. 그렇게 앞사람을 따라 잘 걸었고 내 등을 보고 뒷사람도 잘 따라왔다. 무리에 속해 의심없이 안락함을 즐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일상에서는 이 기분을 무시하고 살았지만 헛헛함은 시간이 갈수록 내 삶에 물음표를 던졌다.   

  

어린 애기들만 양육되는게 아니었다. 마흔이 넘은 나도 고스란이 양육되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해가며 산다는 착각 속에.     


시선을 앞사람의 등에서 아래로 향하니 그간 입고 있던 털외투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가 입고 있는 같은 모양의 털외투. 참 따듯하긴 한데 가만히 보니 크기가 맞지 않다. 내 몸에 비해 작은 것이다. 가끔 ‘이 외투를 벗어볼까?’라는 마음을 먹었다가도 바깥 날씨가 두려워 생각을 접는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본다. 다들 얼어 죽고 싶냐고 극구 만류한다. 적당히 걸치고 살면 조금은 갑갑할지언정 얼어죽지는 않는다는 말이 오히려 나를 자극한다. 그렇게 갑갑함은 극에 달한다. 모두가 따듯하다고 인정하는 똑같은 모양의 낡고 무거운 이 외투를 벗어 던지고 새 외투를 찾으로 가야겠다.     


내게 맞는 외투를 찾기 위해서 우선 대열에서 이탈해야 한다. 무거운 몸으로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없다. 우선 내 몸에 들러 붙어 치렁거리는 불필요한 짐과 쓰레기를 버려야한다.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과거는 벗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나를 가볍고 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몸에 끼는 외투, 낡은 과거와 쓰레기들이 나에겐 술, 담배, 스마트폰, 커피 그리고 불필요한 관계 였다.  

  

낯설고 외로운 길에서 홀로서기 위해선 스스로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말 그대로 내가 나를 믿어주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버리고 난 빈 공간은 믿음으로 채우자. 믿음을 강화해주는 도구들이 내게는 책, 글 쓰기, 운동, 요가, 단전호흡과 명상 같은 긍정의 습관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러므로 변해야 한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면 스스로 그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주도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화가 번거롭고 싫어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어느 시점에 세월로부터, 외부로부터 변화 당한다. 타의에 의한 변화를 그 이유도 모른채 일방적으로 당해야 한다. 그 변화는 단순한 고통 이상일 수 없다. 괴로운 일이다. 주도적인 변화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터에 타의에 의한 변화는 말해 무엇하랴.     


버릴것은 버리고, 채울 것을 채웠으면 꾸준히 행하는 일이 남았다. 다행히 습관이라는 제2의 천성은 강력한 우군이 되어준다. 이제야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걸어갈 수 있다. 스스로를 믿고 떠나자. 내게 딱 맞는 옷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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