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누가 가져갔을 때

작고 단단한 실천 ( 이제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와 변화된 생각)

by JENNY

나는 지금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자주 올린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때론 다른 플랫폼에도 나의 일상과 생각을 짧게 적어둔다.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가는 문장이겠지만, 내게는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방법이고, 세상과 조심스레 연결되는 창문 같은 존재다.


아이와 나눈 대화, 카페에서 마주친 인상적인 장면, 계절이 주는 감정의 결—

그런 것들을 짧은 글로 남긴다.

한 문장, 한 줄마다 나의 느낌과 시간이 담겨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만의 언어로 이 시간을 살아냈다는 작고 분명한 증거 같았다.


팔로워가 많지도 않고, '좋아요' 수도 아주 적지만

가끔 누군가가 내게 메시지를 준다.

“이 글 덕분에 위로받았어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럴 때면, 내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았다는 사실에 뭉클해진다.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팔로우하지 않은 계정 하나를 구경하다가 익숙한 문장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어디서 본 말투인데?' 싶었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릴수록 점점 더 낯익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쓴 글이었다.

단어 몇 개만 살짝 바뀐, 아주 익숙한 리듬의 문장들.

그 사람은 내 글을 가져다 자기 말인 양 올려두고, 수백 개의 좋아요와 응원을 받고 있었다.


처음엔 당황했고, 이내 화가 났다.

‘왜 내 글을 가져갔지?’

하지만 조금 지나자 묘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내 글이 그렇게 좋았나?’

한편으론 기분이 상했고, 또 한편으론 이상하게 슬펐다.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을 훔쳐간 기분이었다. 말도 없이.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저작권’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엔 그저 유명한 작가나 아티스트, 혹은 영상 크리에이터에게만 중요한 단어인 줄 알았다.

법이나 계약서 속에나 있는 딱딱한 말.

하지만 알고 보니, 저작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감정과 태도의 문제였다.


내가 올린 짧은 글 한 줄, 아이가 낙서처럼 그린 그림 한 장, 친구에게 쓴 위로의 메시지 하나—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나 역시 그랬다.

좋아하는 글귀를 캡처해 출처 없이 올리기도 했고,

예쁜 일러스트를 내 감성에 맞게 잘라 사용하기도 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그 무심한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마음의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창작은 고요한 노동이다.

누군가는 새벽을 견뎌가며 글을 쓰고,

누군가는 무수히 그었다 지우며 그림 한 장을 완성한다.

그 과정을 우리는 거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더 쉽게 가져가고, 더 쉽게 베낀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창작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증거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유일한 시선이다.

그것을 지켜주는 일이 곧 그 사람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요즘은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콘텐츠가 매일 쏟아진다.

그럴수록 더 중요한 건

‘누가 만들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다.


이제 나는 글을 올릴 때

내가 만든 것엔 이름을 붙이고,

남이 만든 것에는 이름을 남긴다.

그 작은 실천이 언젠가 나의 글도 지켜줄 거라 믿는다.


그날 내 글을 가져간 사람은 지금도 글을 쓰고 있을까?

그 사람도 이제는 알았을까?

그 짧은 문장 하나에도 누군가의 마음과 시간이 담겨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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