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장독대, 연못, 고목
논산 명재고택을 다녀왔다.
처음 이곳을 찾을 때는 그냥 한옥이 좋아서였다. 고택이 가진 이야기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옛집은 참 멋있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재고택은 조선 후기의 대학자 윤증 선생의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온 집이다.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자리를 지킨 이 집은 지금도 후손이 실제로 살고 있어 본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서 그저 마당을 거닐며, 살그머니 고택 안을 들여다보는 정도로 여행을 마쳤다.
마당 한쪽에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 연으로 가득 찬 연못, 세월의 풍파를 모두 지켜본 듯한 고목 한 그루가 이 집의 긴 세월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마당을 둘러싼 사방채 구조는 외부의 시선을 막으면서도 안팎으로 구분이 뚜렷해, 이 집이 양반가였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이곳에서 지냈을 사람들의 위엄 있는 삶의 자취가 느껴졌다.
비록 발을 들이지 못한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이 집은 더 신비롭게 다가왔다. 담 너머로 들여다보며 상상해 보는 것이다. 종을 들고 주인을 부르러 달려가는 하인의 발걸음, 사랑채 마루에 앉아 손님을 맞이하던 주인어른의 모습,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무게까지도. 고택은 마치 조용히 과거를 들려주는 박물관 같았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풍경이다. 한옥이 가진 고요함과 깊이를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품은 길로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