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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코코 Mar 13. 2024

아버지와 크림빵

아버지는 한국 전쟁 중에 홀로 황해도 해주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 별로 말이 없는 조용한 분이었다. 내가 5살 무렵 어느 여름날 낮에, 동네 골목에서 놀다가 작은 계단에서 한쪽 발로 뛰어오르다 넘어져서, 턱이 찢어져 근처 의원에서 상처를 꿰매고 치료를 받았다. 꿰맨 부위에 붕대를 감고 집에 돌아와 힘들었는지,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저녁에 퇴근하신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아버지를 보자마자 턱도 아프고 낮에 놀랐던 일이 생각나면서 서럽게 울었다. 아버지는 하얀 붕대로 덮은 내 아래턱을 보시면서 말없이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아버지 품에 안기어 여전히 울음을 안 그치고 있었다. 아버지는 울고 있는 나를 달래기 위해, 등에 업고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한참 동안 걸어 다녔다.     


나는  지금도 나를 업었던 아버지의 뒷목 주름과 머리카락의 감촉과 땀 냄새를 기억한다. 아버지의 등은 넓지 않았지만 나는 등 뒤에서 오랜 울음을 그쳤다. 한참 동안 나를 업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더웠는지, 마당에서 엄마가 해주는 등목을 하시고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하셨다. 가족 모두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나만 턱을 다쳐 입 주위가 크게 부어올라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내가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던 아버지는 저녁 식사하시다 말고 갑자기 숟가락을 놓고 밖으로 나가셨다.     


잠시 후에 아버지 손에는 크림빵 한 개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아파서 힘들어하는 내 손에 크림빵을 들려주었다. 나는 먹고 싶었지만, 입 주변이 아파서 아버지가 사다 주신 빵을 손에 꼭 잡고만 있었다. 빵을 먹을 수 없었지만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빵을 건네주고 다시 저녁 식사를 하셨다. 아버지는 식사하시면서 다친 나를 쳐다보며 가여워하면서, 속으로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듯했다. 나는 아버지가 한참 늦은 나이에 가진 막내아들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아버지의 좁은 등에 업혀서 울음을 그쳤고, 내 손에 아버지가 사다 주신 크림빵이 있어서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나는 빵을 손에 쥐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나는 요즘도 가끔 편의점에서 크림빵을 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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