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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밤

by 목소빈

밝고 시끄럽고 복작복작하던 푸른 낮을 빨갛게 태운 뒤 남은 까만 재같은 밤

낮에 살아있던 것들이 죽고, 숨죽이고 있던 것들은 반대로 살아나는 밤

그 칠흑같은 어둠이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져 두려워질때도 있다.

그러나 두려움보다도, 그가 가진 고요함과 차분함이 더욱 강하게 나를 매료시킨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이보다 진중한 사람에게 더 호기심이 일듯이

활기찬 낮보다 고요한 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낮과 같은 사람이라서, 내가 갖지 못한 점들을 지니고 있는 밤에 유독 끌리는 것도 같다.


밤에게 보내는 찬사를, 밤이 지켜보는 가운데 써내리고 있는 지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데, 마침 그 편지를 받을 사람이 옆으로 다가와 내가 쓰고있는 것을 빤히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괜히 멋쩍다.


내일, 재가 흔적없이 다 날아가고 푸른 낮이 되살아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 밤을 회상하고 슬퍼하며 그를 위한 이 단상을 다시 꺼내보리라.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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