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만의 공간
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지켜주는 기록이다.
기록은 누군가의 평가에서 벗어날 때 더 자유롭다.
잘 썼는지, 맞춤법이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내 마음을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침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쓴다.
그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의도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더욱 솔직한 문장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보여주지 않는 글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나조차 외면했던 감정을 글로 마주한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각자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 공간을 음악이나 여행에서 찾는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 공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보여주지 않을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비문이 있어도,
정리가 안 되어도 상관없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쓸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그 대답을 문장으로 적어가는 과정이 곧 나의 쉼이다.
누군가 읽는 글은 언제나 의식하게 된다.
조금 더 다듬고, 조금 더 예쁘게 꾸미려 한다.
그러나 혼자만의 글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허락한다.
보여주지 않을 글은
흘려보내기 위한 글이 되기도 한다.
속상했던 감정을 문장에 적는 순간 무게가 줄어든다.
그 가벼움이 나를 하루 더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부끄러운 글도 있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조차 내 일부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것이 글이 주는 치유의 방식이다.
나는 기록 속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 감정의 진폭이 나를 더 살아 있게 한다.
보여주지 않는 글은 무심히 쌓여 간다.
폴더 속 파일이 늘어날수록
나만의 비밀 창고가 커진다.
그 창고는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는 기록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록들이 나의 가장 내밀한 자화상이 된다.
그 자화상은 세상 어떤 것보다 진실하다.
보여주지 않을 글은 나의 실수를 담아도 괜찮다.
후회나 반성조차 기록 속에서는 의미를 가진다.
그것이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든다.
나는 기록을 쓰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인다.
꾸며내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남긴다.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기록은 충분히 나를 위로한다.
짧은 문장 하나가 긴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준다.
그 위로가 내일을 살아낼 힘이 된다.
때로는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미래의 나를 상상한다.
그때의 나는 이 글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하다.
그 호기심이 오늘의 기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보여주지 않는 글은
세상의 시끄러움과는 다른 리듬을 가진다.
천천히, 조용히 나만의 호흡으로 쓰인다.
그 고요함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글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여야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나의 삶을 지탱해 준다.
그것이 기록의 가장 큰 힘이다.
나는 오늘도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지켜내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좋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글이 이미
나에게 충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