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쫌생이와 합리적 소비의 사이

술과 안주의 가성비

by 노멀휴먼

나는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물건을 살 때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고,

한 번 산 물건은 고장 나거나 망가질 때까지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생활방식은 자연을 보호하는 데에도

작은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절약 대마왕, 자린고비, 그리고 쫌생이다.

아마도 이런 평가는

오랫동안 혼자 살며 익힌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특히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면

이런 별명은 더욱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 생활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친구들이 지나치게 과소비를 하고 있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종종 나에게 술 한잔하자고 연락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 방식의 뛰어난 가성비를

속으로는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주변 마트에서 맥주나 소주를 사는 비용은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안주가 필요할 때는 시장에서

값싼 생닭을 사 와서 콜라 닭을 만들거나,

뒷다리 살로 간단히 불고기를 해 먹는다.


요리가 귀찮을 때는

시장에서 곱창볶음을 포장해 오거나,

간단한 채소 안주로 오이나 당근을 썰어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이 간단한 채소 안주는

한 번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안다.


이렇게 준비해 집에서 술을 마시면

밖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안하다.

게다가 보고 싶은 TV 채널도

내 마음대로 돌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특히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TV 앞에 앉아 경기를 보면

세상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다.


물론 가끔 들뜬 마음에

과음을 하고 후회한 적도 있지만,

적당히 마신다면 해가 될 것은 없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엔

해장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혹시라도 숙취로 힘들어하면서도

돈을 아끼겠다며 친구들을 굶긴다면,

그때는 나도 자린고비라는 별명을 인정하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주변 마트에서 북엇국 인스턴트를 하나 사 오고,

물에 넣어 끓이며 계란을 풀어 해장국을 만든다.


만약 집에 콩나물이나 김치가 남아 있다면

추가해서 콩나물북어김치해장국으로 업그레이드한다.

10분이면 완성되는 이 해장국은

친구들의 칭찬을 부르는 마법 같은 메뉴다.


친구들이 맛있게 해장국을 먹으며

엄지를 치켜들 때면

나는 넌지시 “다음엔 네가 북엇국 인스턴트를 사 와라”고 말한다.

대부분은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친구는 많지 않다.

다음부터는 정말로 굶겨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술을 마셔도

가성비를 따져서 먹는다.

이런 생활 방식은

내 재정 상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마음 편히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기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