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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과 새로운 취미

해보고 안 맞으면 안 하면 되니까

by 노멀휴먼

금요일만큼 마음이 설레는 날이 또 있을까?
이승철이 만약 가수가 아니라 직장인이었다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개사해 ‘금요일 같은 날 또 없습니다'를 부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금요일은 직장인들의 가슴속에 주말의 희망 버튼을 눌러주는 날이다.
나도 금요일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로,
퇴근길에 술 한 병을 사 들고 집에 오는 시간이 주간 하이라이트다.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영화와 함께 술 한잔 하는 그 순간이란,
마치 내 방이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바가 된 듯한 기분이다.


물론 금요일 밤을 훨씬 더 화려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클럽 안에서 불나방처럼 몸을 흔드는 이들이나,
삼삼오오 모여 주말을 축하하는 술자리 인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그런 "화려한 세계"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친구들의 성화에 몇 번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본 적이 있지만,
이건 뭐 주말에 회사 출근한 것보다 더 피곤하다.


주말에 회사 가면 돈이라도 벌지,
여긴 돈 쓰고, 에너지 소진하고, 심지어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얻는다.
결국 한 주 내내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이 상황은…
말 그대로 “내 손으로 내 삶에 삼재를 초대”한 셈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성격대로 살아야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나는 금요일 저녁을 가장 나답게 보낸다.


적당한 술, 간단한 안주, 그리고 영화.
이 삼박자가 모이면 그야말로 완벽한 금요일의 교향곡이 된다.
가끔은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주에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낼 때면 술맛은 배가 되고,
과음의 유혹도 가끔씩은 너그러이 받아들인다.


최근에는 친구 중 한 명이 색다른 금요일 루틴을 소개해 주었다.
주변 공원을 찾아 저녁 산책을 한 뒤,
집에 돌아와 라디오를 들으며 술을 한잔 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이건 좀 너무 심심한 거 아냐?” 싶었는데,
친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고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이 단순한 진리에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그날 퇴근 후 바로 공원으로 갔다.
처음엔 아직 해가 밝아 저녁 느낌이 1도 없었지만,
점점 어두워지며 가로등 불빛이 별빛처럼 빛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걷다 보니 문득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한 시간 넘게 걸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건 매주 해야겠는데?” 싶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술 한 병을 샀다.
냉장고에 기본적인 재료가 있으니 안주는 굳이 안 샀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 땅콩 하나쯤은 챙겼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친 뒤, 안주를 준비했다.
오늘은 버섯볶음이다.
현미유 두르고, 소금 톡톡, 버섯 대충 썰어 팬에 넣고 볶기.
10분도 안 걸리는 이 간단한 요리가 금요일 밤의 완벽한 동반자가 되었다.

술잔을 채우고 라디오를 켜니, 익숙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옛날 노래가 나오면 술이 저절로 들어가고,
웃긴 사연이 들리면 혼자 깔깔대며 마치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다만 라디오에 발언권을 얻으려면
단문 메시지 비용과 로또만큼의 확률이 필요하다는 점은 살짝 아쉽다.


금요일을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와 술을 마시든, 산책을 하든, 영화를 보든,
결국 중요한 건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다.


혹시 아직도 자신만의 금요일 루틴을 찾지 못했다면,
그리고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왜냐하면 내 친구의 말대로,
“해보고 안 맞으면 안 하면 되니까.”
금요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특별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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