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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

생각보다 멋진 세계

by 노멀휴먼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핸드폰 게임도 즐기며,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또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도 즐기지만,

하루 중 자투리 시간에 내가 가장 자주 하는 건 책 읽기다.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책 읽는 걸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웃기게도 나는 거기에 동의한다.

맞다. 책 읽는 사람은 때로 고리타분하다.


왜냐고?

세상에는 재미있는 사람, 웃긴 사람, 무서운 사람, 피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중 책 읽는 사람도 당연히 그 부분집합 안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아무튼 나는 책 읽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

나에게 책 읽기는 핸드폰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과 동급이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책 읽기를 신성한 의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책을 한 권 읽으면 매우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대단해지지 않는다는 건 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가끔 책 읽기를 매우 진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종종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독서를 심각하게 대하는 그들이, 핸드폰 게임을 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책상에 앉아, 경건하게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하는 모습을 말이다.

물론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이건 정말 황당한 상상이다.


독서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으면 된다.

서서 읽든, 누워서 읽든, 졸음이 오면 베개 삼아 읽든.

나는 졸음이 필요할 때 철학책을 고른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


사실,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어릴 적 책은 곧 시험공부의 동의어였으니까.

그땐 책 읽는다는 게 두꺼운 종이에 코를 박고

열심히 뭔가를 외우는 고행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군대에서 처음으로 독서에 빠졌다.

웃기게도 그 계기는 선임에 대한 반항심 때문이었다.

“이등병 주제에 책을 본다고?”라는 선임의 말이

오히려 내 독서를 부추겼다.


이해도 안 되는 책을 꾸역꾸역 읽다 보니

어느새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

결국 그 선임 덕분에 독서라는 멋진 취미를 얻었으니

원수가 아니라 귀인이라 생각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군대를 제대하고 몇 달간 책에서 해방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복학생의 화려한 생활이란 건 착각에 불과했다.

결국 다시 책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주로 출퇴근 버스에서 책을 읽는다.

왕복 두 시간 동안 나는

우리 주변에 있었던, 혹은 있을 법한 재미있는 사건들을 경험하거나,

고대 전쟁터로 떠나기도 하고, 과거의 현인들과 대화하며 세계를 누빈다.

직장이 멀다는 게 이런 행복감을 줄 줄은 정말 몰랐다.


책은 보통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린다.

주말에 최대치로 대여한 책을 가방에 꽉꽉 채워 오면서

“다음엔 적당히 빌리자” 다짐하지만

다음 주면 똑같이 대여섯 권을 집어넣고는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쯤 되면 미련한 바보가 따로 없다.


오늘도 나는 두 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 출근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버스 창밖의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책 속 세계로 빠져드는 내 모습을 떠올린다.


이 많은 사람과, 이 아름다운 경치와, 이 멋진 이야기들을 만나고 나면,

다시 주말에 새로운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삶, 당신도 한 번 경험해 보면 어떨까?

책 한 권이 당신에게 선물할 수 있는 세계는 생각보다 더 멋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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