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화물 부치기-타지키스탄 여행기 1
"CIP라고 푯말을 들고 있을 거야. 그쪽으로 나와! 알아서 해 줄 거야!"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있는 나라 중 하나의 이름이다. 북쪽으로는 키르기스스탄, 서쪽과 북서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남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동쪽으로 중국과 접해있다.
사람들은 타지키스탄이라고 들어도 어떤 나라인지 모르겠다고 몇 번이고 나라 이름을 물어보았다.
카자흐스탄이라고 했어? 키르기스스탄?이었나?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 나라야? 스탄으로 된 나라는 너무 헷갈려! 등등.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표현도 다양했다.
줄여서 타직이라고 말해도 그냥 카작으로 듣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름도 생소하고 위치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그런 나라에 내가 왔다.
타지키스탄에 가기 위해서는 환승이 필수이다. 직항이 없다. '에어 아스타나'라는 카자흐스탄 국적기로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티를 거쳐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로 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환승시간은 1시간 30분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갈아타는 비행기도 같은 항공사라 선택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짧은 일정이라 너무 긴 환승시간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지인의 조카가 이모에게 방문하고 싶다고, 데려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 흔쾌히 승낙했다. 만 18세인 조카는 똑똑하고 건강한 여자였다. 함께 공항발권데스크에서 짐을 부쳤다. 항공사 직원이 나의 짐과 그녀의 짐의 이름을 바꾸어서 부쳐버렸다. 즉, 나의 짐에는 그녀의 이름이, 그녀의 짐에는 나의 이름이 적혀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떠났다.
별다른 의심이 없이 나는 티켓을 받아 들고 데스크를 떠났다. 타지키스탄에 도착해서 다른 게이트로 나오라고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짐 표를 보았다. 무게가 다른 두 개의 짐 표에 이름이 바꿔 기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찝찝했다. 결국 두 개의 짐 표를 내가 다 찾아주는 걸로 했다.
알마티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니 탑승시간까지 30분이 남아있었다. 환승게이트를 찾아 나가는데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태연한 공항관계자가 비행기에서 막 나온 사람들의 여권과 보딩패스를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한 명씩 환승게이트를 통과시켜 주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행스러운 것은 두샨베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공항관계자는 두샨베를 큰 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오라고 해서 그나마 빠르게 통과시켜 주었다.
두샨베로 가는 비행기 탑승 게이트는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기내 수화물을 올릴 칸도 없이 꽉 차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발 밑에 쑤셔 넣었다. 나의 양다리는 갈 곳을 일어 할 수 없이 쩍벌로 2시간을 날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CIP라는 팻말이 보였다. 어리둥절했지만, 조카를 먼저 보내고 다른 버스에 타고 편안하게 라운지로 안내를 받았다. CIP는 "Commercially Important Person"이라는 말로 VIP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 같았다. 친구는 내가 편하게 오게 하려고 돈을 주고 이런 서비스를 신청했단다. 짐 표를 주고, 라운지에 도착했다. 여권 도장도 알아서 찍어 주어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친구가 라운지로 들어왔다. 조카의 짐은 도착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 짐은 오지 않았다.
결국 나가서 같이 찾아보자고 했다. 없었다. 조카 이름으로 기재된 내 짐은 알마티에서 오지 않은 것이다. 이럴 수가!
나뿐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일정으로 온 한국 사람 몇 명도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짐은 알마티에서 환승되지 못하고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었다. 알마티에서 두샨베로 오는 비행기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나의 짐은 3일 후에나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센스 있게 여행자보험을 들었다. 수화물이 늦게 도착할 때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이름으로 온 그 조카의 짐은 제시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나의 짐은 서류상으로는 도착한 것이 되어 보험 청구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두 번째로 이럴 수가!!
친구에게 주려고 냉장실에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은박 포장지로 싼 한국 반찬은 어떻게 되었을까? 반찬에 생각이 많이 간다. 핸드캐리했던 몇 벌 옷과 속옷, 약, 노트북, 휴대폰 충전기 그리고 여권과 카드, 비상금은 내손에 있었다.
짐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3일간 이것만 가지고도 살만한 세상이다. 최소한의 물건으로도 생존은 가능하다. 어쩌면 살아가기 위해 짐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버리면 보이는 공간들이 있다. 이사를 할 때 자주 느끼는 점이다. 내가 살던 공간이 이렇게 넓은 공간이었나? 심지어 쓰레기가 쌓여 있던 베란다를 치우고 나도 마찬가지다. 같은 크기이지만, 치우고 나면 넓어 보인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사모으다가 결국은 짐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뭔가가 쌓인다. 나중에 쓸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몇 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는 것이 많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1 get 1 out)
짐가방의 연착으로 심플라이프를 경험하고 있다. 갑자기 맞이하는 미니멀 라이프이지만 나쁘지 않다.
짐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어서 감사하다.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