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필사를 했다.
다시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무리하게 <천일야화> 전집을 읽은 탓일까?
무사히 리뷰를 다 썼다는 안도감 덕분일까?
삼일절 연휴가 끝날 무렵 '급체'가 와서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암튼 다시 '필사 시작'이다.
활짝 핀 꽃을 보면서 시들 걱정을 하고 있는 에세이 글이다.
물이 반쯤 담긴 물잔을 바라보는 '심리 테스트' 같은 글이기도 한데,
왠지 모르게 딴죽이 걸고 싶어진다.
밤을 환히 밝혀주는 보름달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하면 그뿐이지
이제 달이 꽉 찼으니 저물 날만 남았구나
저 달이 기울고 나면 내 삶도 끝장나겠지...
이딴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냥 제 무덤을 파는 것이 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활짝 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다고 하면 그뿐이다.
거기에 무슨 꽃이 지네 마네...그런 서글픈 감성을 부여하지는 말자.
전문 용어로 '청승'이라고 부른다.
그나마 에세이는 마지막이 볼만 하다.
피나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결국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인 것인데
너무 청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