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4 부처의 귀향 -
- Episode 4 부처의 귀향 -
부처님이 해탈한 직후에 생각하기를,
“이 진리는 너무 깊고 미묘하다.
사람들은 욕망과 무지에 덮여 있어 이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굳이 설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은 해탈직후 자신이 느낀 진리를 "어차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므로 설파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맨 정신을 유지만 하면 해탈한다는 것이 설법의 요체이므로 그때나 지금이나 어차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라고 생각할 때 색계의 최고천에 사는 범천(Brahmā Sahampati)이 내려와 합장하고 말하기를, “세상에는 눈이 먼 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가 무르익어 들을 준비가 된 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위하여 설법해 주십시오.”
부처가 이 요청을 단박에 받아들임으로써 세계 최초의 설법(초전법륜)이 시작되는 역사적 결정의 순간이 된다. 이 사건을 “범천권청(梵天勸請)”이라고 부른다.
범천이 권하고 청해서 부처가 설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고 “부처의 가르침은 요청에 의해 시작되었다”라는 의미란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께서는
“세속의 사람들은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여겨 애초에 설법을 하실 뜻이 없으셨으나,
그때 범천이 나타나 “들을 준비가 된 이들이 있다”라고 권청하였기에 비로소 설법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부처님의 깊은 겸양과 수줍음을 봅니다.
그렇다면 범천이 누구시길래 설법을 하지 않으려는 부처를 설득시켰을까?
범천은 불교 전승에서 자주 나오는 이름 Brahmā Sahampati (브라흐마 사함빠띠)에서 Sahampati
(사함빠띠)를 범천이라 한다.
“브라흐마 사함빠띠”는 단순한 범천이 아니라 부처에게 설법을 권청할 정도의 최고위 범천을 의미하는 고유명칭이란다.
이에 부처는 범천의 요청으로 독단적 계몽이 아닌 “필요가 있는 곳에 베푸는 것”이라는 윤리적 출발점을 갖게 된 것이란 이야기다.
부처님은 해탈 직후에도 곧장 귀향하지 않았다.
약 2~3년간 인도 북부에서 설법과 교단 형성을 먼저 한 뒤 그다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싯다르타가 부처가 되어 카필라성으로 돌아오자 부인 야소다라는 남편인 싯다르타의 설법을 듣고 얼마 후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당시 야소다라의 출가명은 라훌라의 어머니란 뜻의 ‘라훌마타 (Rāhulamātā)였고 비구니 승단의 일원으로 수행하다 열반에 든 것으로 전승되고 있다.
야소다라의 열반은 언제였는지에 대한 사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부처의 열반 이전 혹은 그 와 유사한 시기라는 주장이 많다.
야소다로는 부처의 아내와 라훌라의 어머니로 남은 것이 아니라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성취하여 왕비의 신분 전환이 아니라 완전한 해탈자로 등재된다.
야소다로가 남긴 게송(偈頌= 불교적 시)을 한 수 보고 간다.
“왕궁의 장식과 온갖 쾌락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으나
그 모든 것은
물 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나는 숲 속에 앉아
아무것도 갖지 않은 몸이 되었으나
이 고요가야말로
예전의 그 영화보다 백 배 낫다.”
또한 아들 라훌라(7살)는 아버지를 보고 말하기를 어머니 야소다로가 시키는 대로 “아버지의 유산을 제게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부처는 세속적 유산 대신 출가와 법(法)의 유산을 주기 위해 사리푸트라에게 라훌라를 출가시키도록 함으로써 라훌라는 인류 최초의 ‘사미(沙彌, 동자승)’로 기록되었다.
라훌라가 승단에 들어오자 부처는 특히 라훌라에게 엄격한 훈련(戒律)을 가르치기 위해 라훌라 경(Rāhulovada Sutta, MN 61)을 만들어 가르쳤는데 그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면,
행하기 전에, 행하고 있는 동안, 행한 뒤에 그 행위가 자신과 남에게 해(害)를 주는가를 관찰하라.
모든 행위는 몸으로 하든 (身業), 말로 하든 (口業), 마음으로 하든 (意業) 그것이 유익한가 아닌가를 사전·사중·사후에 반드시 점검하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수행자의 삶과는 무관하다. 거짓말을 하면서 수행을 논하지 말라.
라훌라는 동자승으로서 부처인 아버지의 설법을 충실히 익혀 어머니 야소다로와 같은 완전한 깨닭음이라는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는 아라한으로서 승가의 일원으로 평생 머무르며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부처 사후에도 교단 내에서 규범적 수행자의 전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Theragāthā(장로게)에는 라훌라의 수행 시구(詩偈)가 실려 있어 한 구절 옮겨보면,
“나는 종일토록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 그 마음이 곧 평안이었다.”
부처가 말하는 맨 정신 이야기 같다.
이로써 부처의 가족 셋은 모두 출가수행자가 되었고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전승된다.
불교 전승 속에서 야소다로와 라훌라는 “부처의 가족”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해탈을 성취한 수행자라는 지위로 기록한다고 하니 이는 부처님이 바라던 바이다.
-Episode 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