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일주일에 세 번 나는 5km를 달리기로 한다. 오후 여섯 시, 공원에 나서면 한두 명의 사람들이 이미 달리고 있다. 공원의 한 바퀴는 약 350m.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시계 방향으로 뛴다. 그런데 나만 반시계 방향으로 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원을 도는 사람들은 열 명 남짓으로 늘어나지만 나 혼자만 반대 방향이다.
순응(順應)과 사회적 규범(規範)
무엇이 그들을 시계 방향으로 뛰게 만든 것일까? 그들은 그 방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한 번도 자신이 왜 그 방향으로 달리는지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수의 행동을 따르게 된다. 그것이 안전하고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 것은 그 속에서 편안함을 얻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며, 무리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대신 그저 그들 속에 녹아들어 가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회적 규범에 순응할 때 나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정말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그 속에서 지워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인성(個人性)과 선택(選擇)
그러면 나는 왜 그들과 반대로 뛰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나에게 선택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대학 시절 토론할 때도 항상 다수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려 했다. 다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할 때조차 반대편에 서곤 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주목받고 싶었던 것일까? 아마도 후자가 더 가깝다. 다수의 의견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나는 내가 돋보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달리기에서도 비슷하다. 시계 방향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나와는 자주 마주친다. 그들이 달리는 내내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는다. 이 순간, 나는 공원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선택은 정말 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그 속에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는 걸까?
혼자 달리는 선택의 의미
혼자 다른 방향으로 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원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그렇다. 타인의 행동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은 외롭고 두려운 선택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보니 나는 오로지 몇 분 전의 '나'와만 경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나는 잠깐씩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나 때문에 그들은 잠시 멈칫하거나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나만의 이유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 선택에 집중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뛰는 것이다. 외로움과 두려움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내가 선택한 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이 비평 범함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본질이다. 우리는 종종 사회적 규범과 다수의 선택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면 우리는 그들의 속도에 맞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나 자신이 아닌 '그들'이 되어버린다.
나만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외로운 길이지만 그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길로 달리면서, 나는 매 순간 스스로의 선택을 확인하고 있다.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때로는 그것을 거스르고 나만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방향, 나만의 선택을 할 때 비로소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 남들이 정해둔 방향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나는 가장 자유롭다. 이것이 내가 일주일에 세 번 공원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