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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누구를 찌르기 위해 자라는지

by 잎새달 이레

문제는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누구도 다치게 한 적 없는 말들이
내 안에서는 칼날이 되어 흘렀다.


작은 오해조차 오래 머물고

스스로를 향해 더 오래 흔들렸다.


나는 나를 오래 참아왔기에
그 참음이 언젠가부터 무게가 되어
감정 위에 눌러앉았다.


누군가를 탓하려다 말고
끝내는 나만 다그쳤다.


말하지 못한 날들이
말보다 아프게 남는다.


변명은 쌓이지 못하고
침묵만 늘어갔다.


방황이라 하기엔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무엇이 나를 무겁게 하는지
무엇이 나를 멈춰 세우는지

실수라 하기엔 나는 늘 그랬기에.
처음이 아니었고
다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불안에 몸을 맡긴 채
오늘도 같은 마음을 반복했다.


기대는 점점 희미해졌고
기억은 자주 나를 놓쳤다.


무언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보다
그저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만 남았다.


사실 그 마저도 남았는지 알지 못한 채.

나는 나를 붙잡지 못한 사람이다.
붙잡고 싶었던 적이 있긴 했는지


마음이 너무 젖어 있어서
팔을 뻗는 일조차 어렵던 날들 속에서


끝내 나는
나를 안아주지 못한 채
하루를 무너뜨리며
또 살아내는 중이다


굳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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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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