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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위태롭다.

by 잎새달 이레

어느 날은,

내가 입고 있는 마음의 옷이
너무 얇아서 바람 하나에도 찢겨 나간다.

슬픔이 들어와 눌러앉고
절망이 그릇째 비워지지 않는다.


방 한 칸짜리 마음을
나는 아직도 어떻게 꾸며야 할지 몰라
가구 하나 제대로 들이지 못한 채
마음 구석구석에 먼지만 쌓는다.

관계라는 건 대체 무엇이기에
나는 이렇게도 삐죽하고
그 삐죽한 끝마다 상처가 될까.


내 마음 안엔 미운 마음이 자라고

그 미움은 나를 더 못나게 만든다.

나는 나를 미워하고
그 미움이 쌓여 다시 나를 껴안는다.

그렇게 나는,
사랑받는 법보다
피하는 법에 더 익숙해졌다.


숨죽이며 살아가는 나날들,
스물일곱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는 한창 피어날 계절이지만

나에게는 마른 꽃잎처럼 흩날리는 이름이다.


나는 자주
나를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들은 가진 것이 없어서 가벼운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법을 아는 것 같아서.

때때로 나는 ‘가진다’는 말보다
‘없다’는 말이 더 편하다.


없는 것을 감추는 데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없는 채로 오래 살아온 마음이
이제는 그게 내 집처럼 느껴지는 걸까.

그러니 이쯤에서
나는 나를 이해하고 싶다.


이토록 미우면서도
이토록 나밖에 없다는 것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살아내는 법을

익혀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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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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