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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Jul 20. 2024

저출산시대의 안티에이징 혁신(21.02.28.)

2021년 초에 익명사이트에 낙관론적 관점에서 써본 글입니다. 제가 썼지만 마냥 동의하진 않는 실험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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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의 장기우상향, 물가와 자산의 장기우상향, 생산성의 장기우상향, 그리고 인구의 장기적 증가"

 20세기에 걸쳐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팩터들이 저러한 추세를 보였습니다. 많은 경제와 사회 예측 역시 저러한 추세를 대전제로 깔고 갑니다.

 현재 우리가 경제의 근본원리라고 '믿고' 있는 흐름 역시 저런 전제가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성립합니다. (사실 사회과학에서 원리 운운하는 게 well-defined하지 않지만)

 그러나 이제 선진국의 인구증가세가 감소세로 바뀌는 대격변이 일어나려 합니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물가/자산의 장기우상향 추세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요. 이미 일본은 도쿄 중심지 등을 제외하면 부동산 자산이 침몰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흔히들 특이점을 지난 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처럼, 가장 근본적인 전제로 깔던 추세가 바뀌면 어떤 예상치 못한 흐름이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현재의 관점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병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구감소로 인해 쪼그라드는 내수

2) 주요생산인구 1인당 부양해야 하는 인원 증가. 이로 인한 장기불황

 여기서 2번에는 노인이 젊은이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전제가 숨어있는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실제로 얼굴은 예전보다 느리게 늙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두뇌능력의 감퇴, 신체노화, 늙어갈수록 아집 등 여러 요인으로 시대에 뒤처지는 현상 등을 막는 건 역부족입니다. 때문에 젊은인구가 부족해지면 장년자가 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 사회 자체가 자본가 입장에서 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어버릴 뿐이죠.

 현재 0.84라는 역대급 출산율을 경신하고 있는 한국이 이러한 문제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이 가장 먼저 쇠퇴하는 선진국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는 다른 선진국도 피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비관론자는 세계 전체가 서서히 늙고 쇠퇴하리라고 예측할 겁니다. 낙관론자 중 일부는 자동화가 빠르게 일어나서 노동력 이슈가 예상보다 작을 거라고 예측하기도 하죠.

 반면 저는 관점을 바꿔서, 모든 나라가 늙어가는 위기에 바로 안티에이징&헬스케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혁신이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현재까지로선 안티에이징은 뚜렷한 소식이 없고, 헬스케어 하면 그저 돈 많은 노인네들이 노후에 사치를 부리는 정도로만 인식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태생적 낙관론자인 저의 이상은 "만약 젊음의 길이와 수명이 수십년씩 연장될 수 있다면, 저출산으로 인한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스랖이라면 허황된 소리라고 할 것 같군요. 하지만 그간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이끌어온 것도 그들 특유의 이상주의와 낙관주의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 사람들의 경제인식 자체를 바꿔버리는 혁신은 이미 몇차례 있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할 수 없어도, 대격변이 일어난 과거를 짚어보는 건 비교적 용이하지요. 제 상상의 설득력도 높일겸 몇가지 소개합니다.

1.1

 맬서스 경제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니 지금껏 인구 증가가 대다수 인구의 빈곤을 불러왔다. 그리고 인구밀도 어느 정도 늘어난 사회는 쇠퇴기로 접어든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농업생산성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경제성장이 극도로 느려서 저 세계관이 들어맞았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이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말한 것도 딱 저 논리고요.

 사실 요즘도 인구밀도가 높으면 헬사회라는 미신을 은근히 믿는 사람들이 있고, 20세기에만 해도 지구 인구 대폭발로 인한 집단아사 종말론이 왕왕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전혀 사실이 아니죠.

 그러면 왜 요즘도 3세계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은가? 밸류체인에 성공적으로 올라타지 못한 나라가 숱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죽는 거지, 지구 전체의 식량생산 capacity가 부쳐서가 아닙니다. 농업의 진입장벽은 지금도 낮아요.

 요컨대 사회효용이 장기우상향한다는 관념이 생긴지 불과 수백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 전체 파이가 동결된 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도덕이 있었습니다. "부자가 부를 탐내면 가난한 사람을 과도하게 착취하기 때문에 해롭다. 그러니 검소해야 한다." 사실 오늘날에도 이런 미신을 가진 사람은 꽤 많죠? 사람은 배고픔뿐만 아니라 배아픔과 모멸감도 느낄 수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느낌과는 별개로, 오늘날은 부자의 탐욕이 다수의 효용을 끌어올리기 용이한 세상인 게 사실입니다.

1.2.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478298

그레이트 컨버전스라는 도서를 소개합니다. ICT혁명이 세상을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풍부한 레퍼런스를 통해 보여주데요. 여기에서 경제활동을 막는 분리장벽을 1. 상품의 이동 2.지식의 이동 3. 인간의 이동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1 물류비용은 증기혁명으로 낮췄고, 지식전달비용은 정보화혁명으로 낮췄죠. 이 책에서는 인간의 이동을 텔레로보틱스/텔레프레즌스로 용이하게 만들 거라 상상합니다. 텔레로보틱스는 수천km 밖에서 하는 로봇 원격조종이고, 텔레프레즌스는 고도로 발달한 AR과 VR로 하는 원격협업입니다.

이 책의 저자도 저만큼이나 낙관주의적이네요^^

제가 상상하는 노화혁명과 1, 2가 무슨 공통점이 있냐면, 

우선 기술혁명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경제지표나 추세를 바꿔버린다는 점이 있고

그리고 그 이전 시대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하면 비웃음이나 당했으리라는 공통점이 있죠.

2. 왜 세계 전반의 저출산 추세가, 안티에이징 등 인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킬지를 좀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우선 환경 이슈의 예를 들겠습니다. 미국의 테슬라가 저렇게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부가 탄소세를 강하게 때리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은 탄소세를 많이 내는 반면 전기차 기업은 탄소세를 거의 안 냅니다. 그러니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가끔씩 흑자도 내고 했던 거죠.

 각 선진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환경 이슈가 우리의 목전에 왔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이 경제시스템을 환경친화적으로 뜯어고쳐야겠다고 다들 합의한 거죠. 즉, 위기가 니즈를 만듭니다. 후술하건대 안티에이징도 마찬가지입니다.

 농경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사람이 너무 흔했습니다. 자식이 노골적으로 잠재적 노동력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순풍순풍 낳았죠. 아이의 정서를 위한 육아법이니 인권이니 하는 건 거의 고려되지도 않았습니다, 개개인의 양심에 맡겼을 뿐.

 반면에 출산율 1.5~2명 정도의 산업, 정보사회에서는 이보다는 인권의식이 강해졌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은근 강요되던 사회분위기도 많이 줄었고, 딱히 미래의 돈이나 부양을 위해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니죠. 

 그러나 현대사회 역시 노동력은 낳아서 기르는 것이고, 적당히 몸 갈아넣다가 늙으면 뒷방으로 들어가서 적당한 시기에 죽는 거라는 관념이 강합니다. 이러한 관념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지금 출산율 추세로 봐서는 이러한 관념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선진국 사회가 점점 늙어가고, 낳아서 충원하는 인력수급이 점점 안되는걸요.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 세계는 출산장려를 하는 동시에, 노화를 늦추는 기술과 예방의학 등에 투자를 늘려갈 겁니다. 그리고 만족할 답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티에이징이 늙지 않는 줄기세포 기술을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하면야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는 꼭 그런 혁신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어서, 사람 몸과 젊음을 축내는 일을 가급적 자제시킨다든지, 요즘 직장인들이 으레 겪는 직업병을 방지하는 복지와 기술이 발달한다든지, 두뇌능력 노화와 감퇴를 늦춰주는 각종 어플같은 게 발전한다는지 하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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