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발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

by 오월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나만 이 리듬을 못 따라가지?”


세상은 늘 바쁘고,

사람들은 늘 앞서가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벌써 이만큼 이뤄냈고,

누군가는 어느새 저만큼 올라가 있고,

뉴스와 SNS는

사람들의 ‘앞선 속도’만 크게 비춘다.


그 화면을 보고 있으면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겨우 하루를 버티고 있을 뿐인데,

세상은 이미 몇 걸음,

아니 몇십 걸음 앞서 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발을 맞추는 법’을 배운다.


줄을 설 때도,

단체 활동을 할 때도,

회사에 들어가서도,

“다 같이, 똑같이,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게 좋다고 배운다.


그래서 발을 맞추지 못하면

어딘가 잘못된 사람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성격이 문제인 것 같고,

능력이 부족한 것 같고,

의지가 약한 것 같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세상과 발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인 걸까,

아니면

모두가 같은 속도로 살아야 한다는

그 생각 자체가

이상한 걸까.


우리는 서로 다른 몸을 가지고 태어나고,

서로 다른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자라온 환경도,

겪어온 상처도,

가지고 있는 능력도,

견딜 수 있는 무게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다 같이 같은 속도로 가자”는 말은

알고 보면 참 잔인한 요구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속도가

누군가에게는 버거운 속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적당한 무게가

누군가에게는 숨이 막히는 무게일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자주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

“이 정도는 해야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아, 이건 남에게 맞춘 속도지,

나에게 맞춘 속도가 아니구나.’


세상과 발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어야 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조금 늦어도 돼.”

“지금은 멈춰도 괜찮아.”

“너는 너의 시간표대로 가도 돼.”


이 말을 세상이 대신 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에게 직접 해줘야 한다.


이 말을 처음 내 마음에 들려주는 순간,

이상하게도

몸의 긴장이 조금 풀리고,

숨이 조금 더 깊어진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맞추려고 애쓴 건

‘세상’이지

‘나’가 아니었다는 걸.


물론

세상과 발을 맞추지 않기로 결정하는 건

가끔 두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걱정되고,

뒤처진 사람으로 보일까봐 신경 쓰이고,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질문도 함께 떠오른다.


“그럼, 끝까지 남의 속도에 맞춰 살 수 있을까?”


평생을 남의 리듬에 맞춰 살다 보면

언젠가는 숨이 차오른다.

그때는 이미

내 리듬이 어떤지도

기억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아직 걸어갈 힘이 있을 때

한 번쯤은 선택해야 한다.


세상과 발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맞는 발걸음을 찾을 것인지.


세상과 발을 맞추지 않는 삶은

대단한 반항이 아니다.

그건 조용한 선언에 가깝다.


“나는 나의 속도로 살겠습니다.”


사람들이 뛰어갈 때

나는 걸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걷고 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


그 선택이 어리석은 게 아니라,

오히려 용기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어른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런 것들을 보게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내가 오래 붙들고 싶은 것,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


세상과 발을 맞춰 걷느라

늘 바빠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제,

모두와 같은 속도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놓아보려 한다.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나만의 길을 걷는 사람이

언제나 뒤처진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세상과 발을 맞추지 못한 덕분에

비로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들어갈 수 있는 골목이 있고,

머물 수 있는 벤치가 있다.


그 자리에서 숨을 고르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돌아보고,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조용히 물어볼 수 있다.


그 시간이 쌓여

결국 나의 삶을 만든다.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빨리 달릴 것이다.

그건 우리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속도로 살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조금 천천히 걷기로 결정한다.

세상의 발걸음 대신

나의 심장 박동에 맞춰서,

흐름에 휩쓸리는 대신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서.


그리고 이렇게 말해본다.


“세상과 발을 맞추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


그 말이

아직 완전히 믿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연습하면서

조금씩 나의 속도를 되찾아갈 테니까.


언젠가 이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나답게,

더 단단하게 서 있을 것이다.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