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가르쳐준 것들

by 오월

가끔은 아무리 서두르고 싶어도, 삶이 먼저 걸음을 멈추게 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우리는 대부분 ‘막혔다’고 느끼지만, 돌아보면 그 멈춤이야말로

내가 다시 살아갈 방향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게 된다.


기다림은 우리를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만드는 조용한 틈이다.

어디에도 속도감을 요구하지 않고,

누구도 내게 답을 재촉하지 않는 그 틈에서

나는 비로소 스스로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


처음에는 초조하다.

“왜 지금이 아니지?”

“왜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지?”

시간은 나를 다독이지 않고,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기다림이 나를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조용히 등을 떠밀어주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기다림을 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기다림 속에는 내가 다루지 못한 감정이 서서히 정리되고,

내가 두려워했던 결심이 조금씩 모양을 갖추며,

내가 외면했던 마음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온다.


급하게 움직일 때는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기다림 속에서는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음의 방향, 감정의 무게,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

기다림은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조용하고 단단한 안내자다.


어쩌면 삶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에게 친절해질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가르쳐준 가장 큰 것 또한 그것이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이고,

지연은 곧 준비이며,

느림은 결코 뒤처짐이 아니라는 것.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기다림은 나를 잡아두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멀리 데려가기 위해

잠시 쉬게 했을 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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