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청두(成都)로 가는 이유

비정기적 여행자 - 중국 청두 1편

by 꿈꾸는오월

“이번 휴가, 청두 어때?”

남편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든 상관없지만, 왜 청두냐고 물었다.


왜 청두였을까.

이유를 찾자면 여러 가지였다. 올해, 중국 여행에 필요한 비자가 면제된 것은 굉장한 유혹이었다. 그동안 책으로만 더듬더듬 배운 중국어로 떠나는 자유여행은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에 있었다. 일주일 정도의 긴 휴가를 쓸 예정이었기에 조금은 넉넉히 머물 수 있는 곳, 게다가 낯선 언어의 장벽을 보완하기 위해 교통이 잘 갖춰진 대도시여야 했다. 그리고 베이징, 상하이, 시안. 이미 가 본 도시들은 제외.


그러다 문득, 청두가 떠올랐다.

푸바오의 고향으로 요즘 부쩍 많이 들리던 곳, 쓰촨 성의 성도. 게다가 삼국지를 좋아하던 나는 언젠가는 유적지를 보러 가고 싶었는데, 청두는 바로 그 촉한의 수도. 유비의 묘가 있는 도시다.


구채구.png


근교를 살펴보다가 ‘구채구’를 알게 됐다. 중국인들에게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야 할 곳’이라 불리는 자연경관. 카르스트 지형, 에메랄드빛 호수.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물빛에 이끌렸다.

그래, 여긴 꼭 가야겠다.

그래서 청두였다. 급한 성격은 이럴 때 장점을 발휘했다. 저녁을 먹다 말고 바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버렸다.


여행이란 건, 비행기 티켓을 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말뿐인 "여행 가자"는, 언제나 흐지부지 되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항공권, 숙소, 심지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숙소 예약의 알림으로 가는 것이 확실해졌다. '환불불가', 이보다 더 확실한 출발은 없을 것이다.


청 두2122.png


여행이 확정되자 관심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청두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며, 점점 설렘이 커졌다. 푸른 초록이 짙은 대나무 숲, 여기저기 판다들, 촉의 도시, 그리고 구채구까지. 너무 모든 걸 계획하고 싶진 않았지만, 구채구만큼은 미리 예약해 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알아보니, 구채구와 황룡을 함께 가는 일정은 거리가 꽤나 멀었다. 청두에서도 고속열차로 2시간 넘게 이동해야 했다. 구채구에 간 김에 황룡도 가보고 싶은데, 이동 편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이라는 C트립에서 관련 상품을 검색했고, 고객센터에 채팅을 걸었다. 한국인인데, 여행은 처음이고, 일정은 언제쯤이다… 그렇게 물어보자 상담원은 놀라울 만큼 친절했다. 심지어 쓰촨여행이 처음이라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쓰촨의 이름을 걸고 우리를 도와주는 듯했다. (나중 일이지만, 여행 당일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가 기차를 놓치지 않도록 실시간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으니 말이다.)


텍스트로도 묻어나는 그 친절한 열정에 여행이 더 기다려졌다.


처음 떠나는 자유여행. 정말 준비는 다 된 걸까.
설렘 반, 걱정 반.


남편은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이야”라며 내 걱정을 덜어주었다.

맞는 말이다. 여행을 다니며 알게 된 건, 이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닮아 있다는 것.
햇살 좋은 날, 공원에 돗자리 펴고 쉬는 파리지앵과 한강 시민공원의 사람들.
중요한 축구 경기가 있는 저녁, 펍에서 맥주 한 잔 하는 그들 모습은 한국의 치킨집과 다르지 않다.


항공권, 숙소, 현지 투어까지 예약을 마쳤다. 허술한 일정 사이로 기대감이 찾아들었다.

이제, 정말 청두로 떠날 날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