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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더하기라면 지혜는 빼기다.

by 황금지기

깊어질수록 단순함에 닿게 되고, 단순함은 실천하는 마음에 닿아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간접적인 조건은 마음대로 결과가 정해지는 시장에서는 소음에 귀를 내어주면 소인이다. 모른다는 걸 눈치채고 단순하고 명확해져야 믿고 반복할 수 있고, 오래 보아야 자세히 보면서 투자는 비로소 시작된다. 각자의 부의 가능성은 손실을 자르는 행위에서 가늠해 볼 수 있으며, 꾸준함에 기반하여 지속하기가 힘들기에 자본주의 부가 소수의 몫인 건 단순한 진리,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황금을 캐는 것이다.




지식이 더하기라면 지혜는 빼기다. 지식이 넓이라면 지혜는 깊이다. 더한 것을 뺀다는 건 더한 것이 내면에서 정화되면서 아래로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어질수록 단순함에 닿게 되고, 그 단순함은 실천하는 마음에 닿아 있다. 지식은 실천하는 마음과 맥을 같이 하지 않기에, 어떠한 기법도 자신 안에서 정제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투자의 어려움 중 으뜸은 노력 ≠ 결과의 등식 즉 결과가 선형으로 나타나지 않는 데 있다. 돈이 되지 않는 구간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야 그 치열함이 만들어 준 희열, 깨달음의 비탈길을 오르면서 ‘노력 = 결과 × n’ 즉 투자 성과 곡선의 급격한 우상향 구간을 경험하게 된다. 장인이 도구를 탓하지 않듯 투자자가 파동을 탓하지 않으면서 곡선의 기울기는 가팔라지게 된다. ‘살걸’, ‘팔걸’, ‘사지 말걸’, ‘팔지 말걸’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파동과 한마음이 되면서, 끊임없이 샘솟는 후회와 아쉬워하는 마음과도 벗 삼아 지속 가능성의 고원에 닿게 된다.




오래전 자주 다녔던 향수에 가슴 뭉클해지는 도로를 달린다. 회룡포라는 표지판이 거듭해서 지나간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감은 그 세월이 싫어진다. 내 마음 받아줄,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시간은 은유다. 시간은 흘러가지 않는다. 정지된 시간 위를 사람이 지나간다. 흔적을 남기면서 운명에 순응하면서 최선을 던지며 걸어간 길이만큼 각자의 인생은 깊어진다. 그냥 해야 하는,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다. 성급함이 꾸준함을 가로막고, 욕심이 현명함을 가린다. 자꾸만 성급하면, 욕심에 치우치면 나아가지를 못한 채 내리는 빗속에서, 비가 그친 진창 위에서 염주만 굴리게 된다. 그냥 해야 하는, 반복해야 하는 이유다. 직접적인 원인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간접적인 조건은 시장 마음대로 결과가 정해진다. 인연의 반복이다. 처음과 끝, 각자의 선택과 책임으로 인연을 그저 인연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냥 해야 하는, 하면서 익어가야 하는 이유다.




서암 화상은 매일 자기를 주인공이라고 부르고 ‘네’ 하고 스스로 대답하고는 ‘깨어 있어야 한다.’ ‘네’ ‘다른 때 다른 날도 남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네‘ ’네‘하고 자문자답하였다.

<무문관 12칙 암환주인(巖喚主人)>

마음의 눈을 바로 뜨고 바로 보면 그 실상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했던 성철스님의 화두를 깨쳤다. 돈오(頓悟)다. 꾸준함이 선물한 점수(漸修)다. 말씀의 깊이가 도끼가 되어 오랜 타성을 깨고 실천한다면 비로소 화두를 푼 것이다. 산의 주인은 산이므로 산은 산다워야 하고, 물의 주인은 물이므로 물은 물다워야 한다는 말씀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각자가 주인이므로 주인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투자자로 정체성을 정했다면 자신이 세운 원칙이 분신이 되어 스스로 투자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샘솟는 다른 마음이나 들려오는 뉴스와 정보는 주인공에게 있어 마음을 흔드는 소음에 불과하다. 소음에 귀를 내어주면 소인이다. 소인이 소수가 될 수는 없는 법, 마음을 갈고닦아 신호와 소음을 분간해야 제대로 된 투자자다.




단순함이야말로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복잡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궁극의 치밀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결국 진정한 이해는 단순함과 명확함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원래 불완전한 사람의 마음을 불완전함으로 끊임없이 몰아가는 게 불확실성 즉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인데 투자자의 매번 선택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하기에 기다림도, 대응도 일정한 단계(지속 가능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불완전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투자자의 최선은 지겨움을 이겨내면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 반복할수록 자리가 선명해지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복잡계의 불확실성이란 길에서 단순함으로 자신만의 명료함을 건져내는 일이다. 맞추고자, 벌고자 하는 투자에 관한 생각이 고작 쓸모없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자기 내면으로 걸어가면서 맞닥뜨리는 편향들과 터무니없는 확신과 자만심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성급함과 욕심들을 경험하면서 그렇게 자신이 모른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에서 투자 행위는 진정성을 부여받게 된다. 내가 모른다는 걸 눈치챌 때부터 단순하고 명확해지면서 한 사람의 투자는 비로소 시작된다.




약 250년 전 거래의 신이라 불렸던 혼마 무네히사의 가르침이 기술이 혁신적으로 진보된 지금 시대에도 구구절절이 옳기만 하다. 기술의 진보를 인간의 진화가 따라가지 못했기에 인간의 심리는 취약하기만 하다. 그는 「무네히사비록」에서 “매수와 매도는 오늘만큼 좋은 시장이 없다고 생각될 때 3일을 기다려라. 거래를 절대 서두르지 말라”라는 말로 기다림의 절대성을 강조한다. 또한 시세 직후의 횡보나 조정의 위험을 ‘삼공(三空)’으로, 이후 횡보나 조정으로 에너지를 모으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됨을 ‘삼천(三川)’과 ‘삼산(三山)’으로, 가야 할 자리에서 가지 못하면 반대로 간다는 것을 ‘삼병(三兵)’과 ‘삼법(三法)’으로 설명하면서 대응을 요약했다. 무네히사의 통찰을 받아들인 투자자라면 파동을 그려감에 있어 쌍을 이루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쌍을 이루면서 고점이 낮아지거나, 저점이 높아지는 자리에서 성급함과 희망 너머에서 맥을 짚어나가는 게 쌓인 내공이다. 대부분 패턴의 급소는 ‘쌍을 이룬다’라는 말로, (쌍을 이룬다는 의미를 멈칫멈칫 동작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결국에는 ‘파동은 등락한다’라는 기본으로 귀결된다. 등락하는 마디마디에서 흐름을 관통하는 흐름을, 추세로,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되는 그 힘을 믿어야 한다. 믿어야 반복할 수 있고 오래 보아야 마디마디를 자세히 볼 수 있다. 공성전에서 성문이 뚫리면 일단 공방전은 불가피하고, 성문의 위치가 가파르거나 성문 안으로 성급하게 너무 깊이 들어가면(이격이 많으면) 수비 쪽의 반격도 그만큼 강할 수 있다. 그다음은 흐름과 사기의 문제다.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어 재차 성문 밖으로 밀어낼 수도 있고(손실 or 손절), 그대로 성이 함락될 수도 있다(이익 or 익절). 역사 속의 전쟁이든, (과거 전쟁의 결과를 알고 있기에 정의라는 깃발이 편이 되고 싶지만) 투자든 최선이 있을 뿐, 결과는 세상의, 시장의 몫이다. 자기 의지가 아닌 흐름과 사기를 보면서 진퇴를 결정해야 명장이듯 시세는 시세에 물으면서, 손절하든, 익절하든 여유롭고 덤덤하게 대응하면서 확률을 따져야 현명한 투자자다.




하루아침에 떠오르는 것은 없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없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작은 일이 모여서 큰일이 된다. 잘 아는 얘기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걷는 독서 – 박노해>

자존심을 버리고, 오래되어 낡아버린 습관 그것을 버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자기 안으로 걷는 걸음걸음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황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한다. 황금지기(黃金知己),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황금을 캐는 것이다. 일상에서 보람을 캐는 지혜다. 스스로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되고 자신을 믿게 된다.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 자기 확신은 실천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 또한 자기 확신은 꾸준함의 동력이 되고, 꾸준함은 재차 확신의 동력이 되면서 그렇게 선순환하면서, 성장하면서 성숙해지게 된다.




주가가 내려갈 때는 마음이 불편해서 팔았고, 주가가 올라갈 때는 마음이 편해서 샀다. 저는 주가가 바닥일 때 불편한 마음으로 사서 마음이 편할 때 팔죠…, 주식을 샀을 때 본능적으로 “빨리 팔아야 해”하고 압박을 느껴야 한다. 단기 매매에 꼭 필요한 자질이다……, 급하면서도 절제할 수 있는 성격은 큰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중요 조건이다. 단기 투자자의 자질은 급해야 하지만 급한 성격 때문에 실수하게 되면 큰 손해가 발생합니다. 단기 매매를 하는 사람 중에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거의 다 성공했습니다……, 써먹어 볼까? 하는 미적분 수준의 투자 기술은 자기 분노에 대한 조절 능력으로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나의 실수로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시장의 변수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크게 벌었어야 할 때 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때 분노가 생길 수 있다. 이 분노를 누가 빨리 조절해서 원금 보전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주식 타짜 – 허영만>




일단은 싸게 사야 하고, 싸게 사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투자자가 이겨놓고 치기 위한 방책은 싸게 사기 위한 기다림과 비싸게 팔거나 비싸게 팔 수 없다면 자르는 대응이다. 그 중 기다려서 싸게 사는 건 잃지 않기 위한 기술이다. 하지만 싸게 사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기술이 어설프면 자꾸만 싸진 가격에서 물을 먹을 위험이 커지기에 여전히 하수일 수밖에 없다. 매입 단가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더 싸진 가격에 꽂히게 되고 더 크게 반응하게 된다. 반면에 상수는 항상 비싸게 파는 걸 고민한다. 비싸게 파는 게 진짜 돈을 버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비싸게 파는 걸 고민하는 상수에게 반대로 가면서 손실이 나면 던지는 건 단순한 산수가 된다. 손실의 폭만큼 목표 수익률도 높아지게 되어 비싸게 팔 확률은 떨어지게 되므로 손실이 난 종목은 자연스럽게 빨리 자르게 되고 미련스럽게 버티는 불편함보다 후회와 아쉬움을 선택한다. 본전에서 멀어질수록 더 비싸게 팔기 어렵다는 걸 상수는 알고 습관처럼 행한다. 모든 투자자 안의 다른 마음에 블랙스완이 숨 쉬고 있다. 블랙스완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는 손실 상태가 불편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불편해야 한다. 가시방석처럼 불편해야 빨리 벗어나려고 애쓰는 법이다. 비싸게 파는 게 수익의 충분조건이며, 싸게 사는 건 단지 잃지 않는 필요조건이다. 투자자는 잃지 않음으로써 뿌리를 깊게 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뿌리가 깊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는 동안 잃지 않고 버티는 건 온전히 투자자의 몫이다. 시장의 흔들림은 정도의 차이일 뿐 일상이기에 뿌리 깊은 나무여야 한다. 뿌리가 깊을수록 흔들림은 작아지고 대수로운 일이 된다. 뿌리가 깊어진다는 건 잃지 않는 실력을 쌓여간다는 의미다. 잃지 않아야 수익이란 과실을, 기회를 끊임없이 만날 수 있다.




주식투자는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흥분하면 보이는 게 없다. 본능이다……, 상승 추세 중에는 주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안 들어온다. 흥분하면 조급해져 순간, 가는 종목만 보인다. 더 많이 갈 종목, 순식간에 수익 많이 낼 종목, 한 방, 한 방, 그러나 인생에 한 방은 없다. 순간적으로 수익을 많이 낼 종목을 찾는 것은 상승할 만한 종목의 주가 조정을 기다리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라면 특히 흥분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오기를 부려서도 안 되고, 더더욱 죄 없는 컴퓨터 화면을 나무라도 안 된다. 그래 봐야 결과는 뻔하다. 손실이 계속되면 그때는 설상가상 손실이 복구가 안 됩니다. 단기 투자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자리를 뜨는 것이 제일 현명한 행동입니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입니다. 손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피할 수 없으니 적게 손실 봤을 때 도망가는 게 최고겠죠!

<주식 타짜>

손실 상태에서는 인간 본성의 기본값이기에 자금력이 허락하는 한 버티는 건 쉽다. 쉽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이 방식에는 확률적으로 부는 없다. (의식적으로 확률적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더 깊이 쓰고 싶다. 투자 심리의 핵심은 확률을, 투자자 각자의 마음가짐을 다룰 수밖에 없는 게 투자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부의 가능성은 손실을 자르는 행위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대박은 신기루다. 대박은 없는 것이다. 주식투자는 작게, 꾸준히 벌어야 세월이 지나면서 돈이 산더미같이 쌓인다. ‘주식투자 10년 만에 100억 벌었대. 그럼 1년에 10억씩 벌었네!’ 이 계산은 틀렸다. 1년에 10억씩 10년을 번 것이 아니고 7, 8년 고생하면서 견디다가 나머지 2년 동안 좋은 결과가 생긴 것이다. 주식투자는 눈덩이 굴리듯 해야 한다. 작은 눈덩이는 굴리면 점점 크게 변한다.

<주식 타짜>

이미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성공하기란 즉 투자자가 바뀌기란 절대 쉽지 않다. 투자라는 본질적인 어려움에 바뀌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더해졌으니 당연하다 여기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콩나무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자꾸 밑으로 새지만 콩나물은 자라지 않는가? 노력에 치열함을 더하고, 꾸준함을 보태다 보면 변화의 싹을 틔우게 되고 각자의 시루에서 새로운 투자자로 자라나게 되어 있다. 어렵지만 자꾸만 하다 보면 분명 남는 게 있을 것이고, 그 남는 것들이 싹을 틔울 것이다. 임계점만 넘어서면 콩나물처럼 쑥쑥 말이다. 돈을 다루는 일이기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듯, 노력도 숫자에 불과해야 한다. 변할 때까지 시도하고 바뀔 때까지 노력해서 반드시 임계점을 넘어서야 한다. 투자자는 꾸준함에 기반해야 한다. 똑똑하다고 여기면 그것에 취해서, 젊은 날에는 시간에 취해서 이 단순한 진리를 알고 지속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지속하기가 힘들기에 자본주의의 부가 소수의 몫인 건 단순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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