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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태현 Sep 18. 2024

라이프치히의 공작에게

Dem Herzog von Leipzig
(Else Lasker-Schüler, 1917)


당신의 눈의 죽었다

당신은 너무나 오래 바다에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바닷가는 없는 몸이다


조개껍데기로 이루어진 나의 이마.

해초와 불가사리가 내게 달라붙는다


언젠가 내 갈 곳 없는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만졌으면,


아니면 당신의 입술에 사랑스럽게

도마뱀처럼 몸을 웅크렸으면.


향기가 당신의 피부에서 흘러나오고

나는 당신을 축하하고 싶다


나의 정원들이 당신에게

내 심장이 여러 빛깔로 피어나는

모든 곳을 가져다주기를




제목에 들어간 라이프치히라는 단어와, 처음 읽었을 때 느낀 몽환적인 사랑스러움 및 평이한 시어에 이끌려 번역을 시작했다가 꽤나 당황했다. 시어가 평이하고 몽환적이었기에 그만큼 더 번역이 어려웠던 것. 모쪼록 나의 번역이 이 시의 사랑스러움을 해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Herzog은 실제 공작을 뜻하기도 하지만 성씨로 쓰이기도 한다(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 중에도 한 명 있다). 이 시가 바쳐진 Herzog은 공작님이었을까, 그냥 그 성씨를 지닌 사람이었을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이 땅으로 둘러막힌 내륙지방 라이프치히에서 머나먼 바다로 오래 떠났고, 그 떠난 세월이 오래 되어 시인의 그리움과 아름다운 시를 받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엘제 라스커쉴러 (Else Lasker-Schüler, 1869 - 1945)는 독일계 유대인 시인이자 극작가로, 베를린에서의 보헤미이니즘 라이프스타일과 시로 유명하다. 해당 시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등록된 글을 발췌하여 번역하였다.

(원문 시 출처: https://www.projekt-gutenberg.org/lasker/gedichte/chap0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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