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Gedanken: Corso
(Ilma Rakusa, 2016)
앵커리지. 나는 그곳에 가고 싶은 걸까? 얼음 속으로? 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어두운 것들이,
남쪽의 책 속에서 손짓할 때. 사이프러스 나무들,
레몬들, 슬픈 눈빛과 지친 혀를 한 신문팔이. 집시 아이들.
보다 작은 장면: 화려한 행차, 공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부엌에서 난 것 같은
냄새가 풍긴다: 볶은 옥수수와 볶은 아몬드.
바람이 그 냄새들을 내륙으로
몰고 간다. 그렇게 느리게 흘러간다.
사라진다. 펄럭이는 코트와 함께.
얼핏 화려하지만 그늘이 드리워진 축제 행렬. 화려한 어두움에는 어딘가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데가 있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더욱 짙게 그리워진 그늘, 더욱 어두워 보이는 사이프러스 나무들, 그 아래 길에는 생활에 지친 사람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떠오른 되풀이해서 읽을 수록 더욱 짙어지고 진해졌다. 더더욱 짙게 드리워지는 그림자처럼.
확실히 현대시는 난해한 건가… 번역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 하지만 시의 이미지가 풍부하여 즐거웠다. 행의 띄어쓰기가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최대한 원문에서 뛰어쓰기가 된 대로 문장을 분리하여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Ilma Rakusa (1946~)는 체코슬로바카이 태생의 스위스 작가이자 번역가로 왕성한 창작 및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시는 그녀의 시집 „Langsames Licht“ (느린 빛)에 발표되었다.
(원문 시 출처: https://www.lyrikline.org/en/poems/gedanken-corso-6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