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gen Abend gerieten Wir
(Frank Schmitter, 2018)
밀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알프스는 지평선에 분필로 그린 그림 같았다
어느 순간 마지막 차도 잠잠해졌다
언덕 위의 작고 하얀 교회는
세상을 꼭 끌어안았다 문들은 다른 이들의 삶으로 활짝 열렸다
아이들은 놀이들을 서로 알려주었다
식량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다 나그네들은 정착민이 되었다
그들은 이름과 출신을 서로 알려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없이, 여러 목소리로 웅웅대던
순례자의 무리가 다시 떠나버릴 때까지
끝없는 빛의 행렬이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더는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었다
지난 달, 회사 일 때문에 한동안 독일 남서부 도시인 스튜트가르트에 갈 일이 생겼다. 스튜트가르트 쪽에서는 트램 안의 벽에 각국의 시를 전시해두곤 하는데, 그 중 한 시에 눈길이 갔다.
순례자들, 혹은 여행자들, 혹은 피난민들. 정체를 뚜렷이 알 수 없는 일련의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와서 함께 놀고, 음식을 나누어먹고,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잡고 살다가, 어느 순간 훌쩍 떠나버렸다. 흘러가는 불빛과, 지평선에 변함없이 서있는 알프스를 남겨두고.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또한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시의 정처없음이 마음에 들었다. 정처없이, 그저 그렇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 모두는 여행을 하고 있으니까.
(프랑크 슈미터 (1957 ~)는 독일의 작가로, 해당 시는 아직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는 관계로 정확한 인용 출처는, 스튜트가르트 SSB의 차 내부에서 촬영한 위 사진으로 대체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