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둘기 Aug 14. 2024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나도 누군가의 희망이 되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 대한민국 대표팀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첫 번째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무승부를 거두고, 두 번째 가나전에서 패배했다. 1무 1패의 상황. 자력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갔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다. 우선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리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기길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끝이 아니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너무 큰 점수 차로 이기면 안 된다. 전문가들은 그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 우리나라가 16강에 갈 확률을 9% 정도로 보았다. 9%가 어떤 확률일까? 한국 지리 1타 강사 유튜버 문쌤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16강에 올라갈 확률이 9%라 그랬어. 9%가 어떤 확률이야?
오른손잡이 부모 밑에서 왼손잡이 자녀가 태어날 확률이 9%야.
무자녀 신혼부부가 주택 청약에 당첨될 확률이 9%야.
커피를 많이 마셨을 때 전립선암이 예방될 확률이 9%고,
한 사람이 250년 동안 매일 로또 샀을 때 당첨될 확률이 9%야.
9%가 절대 낮은 확률이 아니라는 거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
<유튜브 채널 - 빠더너스 >     



역시 1타 강사는 달랐다. 괜히 1타가 아니었다. 이런 감동적인 설명을 보면, 내가 교사의 자질이 있는 건지 자괴감이 든다. 게다가 9%의 확률도 긍정하는 동기부여까지! 나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 아이들에게 저런 긍정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나도 문쌤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주택 청약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자녀 신혼부부가 주택 청약에 당첨될 확률이 9%니까. 9%는 절대 낮은 확률이 아니니까.      



태극전사들은 다시 한번 문쌤의 말을 증명했다. 9%는 결코 낮은 확률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포르투갈에 첫 골을 빼앗겼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따라붙어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동점으로는 부족했다. 우린 반드시 이겨야 했다.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추가 시간에 황희찬 선수가 역전 골을 넣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많은 국민은 감동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달리는 순간이 좋았고, 속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을 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내 달리기 실력이 어느 정도 될까?’.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보는 것이다. 보통 대회는 다른 사람과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올림픽 마라톤 대회도 수많은 선수가 메달을 목표로 달린다. 하지만 아마추어에게 마라톤이란 나 자신과 싸움이다. 내 경쟁 상대는 ‘과거의 나’이다. ‘과거의 나’는 의외로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 누구와의 대결보다 긴장된다. 졌을 때 분통함도 크다. 요즘 내 삶의 목표는 ‘과거의 나’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를 이기기 위해 ‘나’를 매섭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를 이기는 경험은 짜릿했다. 학창 시절 다른 친구들과 성적을 겨룰 때보다 훨씬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기록이 좋아질수록 더 잘 달리고 싶어졌다. 이젠 무작정 달려서는 ‘과거의 나’를 이기기 힘든 시기가 다가왔다. 그때부터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즐거운 달리기에 심장이 터질 듯한 달리기를 곁들였다. 그 누구도 나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더 나은 내 모습을 보고 싶어 나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힘들 때가 있다. 햇빛이 강렬하게 나를 공격하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점점 말을 듣지 않고, 팔을 앞뒤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때.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 맞아?’, ‘아무래도 나는 안될 것 같은데?’, ‘이러다 나 쓰러지는 것 아니야?’ 좌절에 빠지려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태극전사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한 문장을 수도 없이 마음속으로 되뇐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태극전사들은 내 존재를 모를 것이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선수가 '비둘기'를 알까? 그럴리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힘을 받는다. 체력이 다 떨어지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그들을 떠올린다.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내가 겪는 이 고통보다 훨씬 심한 고통도 모두 이겨냈겠지? 남은 훈련 시간을 생각해본다. 길어봤자 30분이다. 그래. 딱 30분만 버티자. 이걸 못하면 나는 선생 자격도 없다. 그래도 점점 속도가 줄어든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때 마음속에 한 문장을 품고 버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겨우 겨우 달리기를 마치면 뿌듯함이 몰려온다. 나도 태극전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곤 철없는 생각을 해본다. '나랑 손흥민 선수랑 10km를 달리면 누가 이길까?', '그래도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이기지 않을까?'. 철없는 생각이 끝나면 가끔 속 깊은 생각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면 좋겠는데….’ 그때 머릿속에 우리 반 아이들이 생각난다. 매일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과연 나는 힘이 되고 있는가? 혹시 나는 그 아이들 앞에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는가? 정신이 바짝 든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좌절을 보여주진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Tonight

내가 작은 꿈이 될게

누군가에게 또          

누군가

나에게 힘이 되어주오

한 줄기 희망이 되어     

Fly

I never die     

Hope

I never give up     

Fly

I never die     


Hope

I never give up     


<오월오일 / warrior>

매거진의 이전글 우린 모두 만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