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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둘기 Sep 06. 2024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

달리기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길..

군대에 들어가서 첫 체력 측정을 하던 날. 정말 내 몸이 저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그땐 정말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얼마 전 입대 하는 날 찍은 사진을 보고 해답을 찾았다. 입대 날 함께 와준 친구와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내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빡빡 깎은 머리도 문제였지만, 뒤룩뒤룩 살이 붙은 모습이 정말 흉측했다. 입대 날이 정해지고, 매일같이 폭식을 일삼았던 생활 습관이 그대로 몸에서 드러났다. 몸이라기보단 덩어리에 가까웠다. 저런 몸으로 체력 측정을 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내 몸은 아주 정직하다. 먹으면 모두 살로 간다. 덜 먹으면 금세 살이 빠진다. 잠시 내 몸무게 변천사를 소개하자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진 저체중에 가까웠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그런데 ‘사슴 한 마리’라는 한약을 먹고 난 이후부터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급격하게 살이 쪄서 비만이 되었다. 그때부터 살이 쪘다가 빠졌다가를 반복했다. 성인이 되고도 80kg이 넘는 살찐 사람으로도 살아보기도 하고, 70kg도 안되는 마른 사람으로도 살아보기도 했다. 지금은 그 중간쯤인 75kg 정도를 유지 중이다.           



여전히 먹는 걸 좋아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폭식을 좋아한다. 치킨 한 마리는 뭔가 조금 부족하다. 차라리 두 마리를 시켜서 남기는 걸 선호한다. 술도 즐긴다. 맥주, 소주, 막걸리, 와인 상관없이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지면 소화가 잘 안 된다.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라는 물음에 쉽게 답을 하기 어렵다. 먹고, 마시는 것은 내 삶의 큰 기쁨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꽤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폭음과 폭식에 맞서는 나만의 비법은 바로 달리기다.           




다이어트에 관해선 이론이 너무 많다. 다이어트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게 무슨 소리! 다이어트에서 중요도를 따지면 운동 10% 식단 90%이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소용없다. 식단 조절을 꼭 해야 한다. 그럼 뭘 먹어야 하는가? 야채를 위주로 먹어야 한다. 아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를 위주로 먹되, 지방을 적게 먹어야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지방은 몸에 나쁘지 않고, 오히려 탄수화물이 더 나쁘다. 바보 같은 소리! 탄수화물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니 꼭 섭취해주어야 한다. 식단은 됐고, 무슨 운동을 해야 하는가? 살을 빼려면 유산소 운동이 좋다. 뭘 모르는 소리! 강도 높은 무산소 운동이 좋다. 아니지! 둘 다 해야지! 무산소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런 논쟁이 건강 이론을 발전시킨다지만, 나는 끼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세상 싸우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나에게 달리기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지 않다며 논쟁을 걸어온다면 이렇게 답하고 달리기나 하러 갈테다. 

“네네.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달리기를 하며 살이 많이 빠졌다. 매일같이 달리면서 몸무게 걱정이 사라졌다. 꾸준히 많이 먹고 있지만, 살은 조금씩 빠진다. 오히려 아내는 살이 너무 빠진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다시 충분한 음식을 먹는다. 그렇게 더 찌지도, 더 빠지지도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운동을 시작하고 포기했던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한다. 살을 빼고 싶다면 달리기만 한 게 없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충분한 양의 산소가 몸에 들어왔을 때, 근육 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꾸준하게 한다면 자연스레 체지방은 줄어든다. 근육 운동을 위주로 하는 보디빌더나 체급을 맞추기 위해 감량을 해야 하는 투기 종목 선수들도 대부분 달리기를 하며 체중을 감량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하라고 권하는 게 아니다. 반대로 당신이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달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체중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니까.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라는 책에 변화에 관한 문장이 나온다. 변화(變化)는 ‘변할 변’과 ‘될 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글자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p90. 이 물리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면 화는 화학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다이어트에 성공했거나 성형 수술을 받아서 외양이 달라졌을 때 그 사람은 변한 것이지만 화한 것은 아니다하지만 어떤 사람의 성격즉 인격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면 그는 화했다고 볼 수 있다.”     



변變은 일시적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한다면 그 사람은 잠시 ‘변變’할 것이다. 체지방이 줄어들고, 하체 근력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목적을 이룬 순간,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달리기를 멈출 것이고,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게 바로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요요 현상이다. 진정한 다이어트는 변變이 아니라 화化다. 화化는 뜻 그대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1km를 달리고 현기증이 나 드러누웠던 훈련병이 3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매일 저녁 3km 뜀걸음을 하다보니 특급전사가 되었다. 뛰는 거리가 점점 늘어나 5km도 달릴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10km도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달리면서 마주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땀에 젖은 티셔츠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 설레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다이어트가 아닌 오직 달리기에 집중하고 재미를 느끼다보니, 뚱뚱했던 나는 사라지고 날씬한 내가 나타났다.           




칸트는 말했다. 

“모든 ‘인간’은 고유한 존엄성을 지닌 존재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 자체로 ‘존중’해주라는 뜻이다. 달리기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목적’으로 대하면 좋겠다.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운 달리기가 되는 순간. 다이어트 고민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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