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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둘기 Sep 07. 2024

운동이 최고의 재테크

달린만큼 돈을 준다면...

몇 년 전 느닷없이 한자를 배우고 싶어졌다. 학생 때는 한자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싶었다. 구닥다리 문자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평소에 좋아하던 논어, 맹자, 장자 같은 고전을 한자로 읽으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멋질 것 같았다. 아내에게 오늘부터 한자를 공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냥 하면 흐지부지될 것 같아 한자 2급 자격시험도 신청했다. 아내는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시작이네.”          



한 달 정도를 방에 틀어박혀 한자 공부를 했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선비의 심정이었다. 한자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쉬운 문장 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시험이 가까워졌을 때쯤, 한자 급수 시험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 문제에 ‘허생전’의 일부분이 한자로 쓰여 있었다.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그러나 허생은 글 읽기만 좋아하고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글을 읽어 무엇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장사도 못 한다면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거울을 보았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전셋집에서 여유 있게 공부나 하는 내 모습. 그런 나를 보는 아내의 모습. 영락없는 허생과 허생의 처였다. 허생은 결국 공부를 그만두고 장사를 해서 부자가 된다. 엄청난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 이번 생에 부자가 될 리도, 부자가 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허생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나도 이제 돈 안 되는 공부를 접고 돈 되는 공부를 해보겠다고 했다. 아내는 이제 놀라지도 않고 말했다. 

“또 시작이네.”        

  

재테크에 관련된 책을 마구 찾아 읽었다. 대부분 비슷한 말을 했다.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 소득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자본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럼 자본 소득은 어떻게 만드는가? 사업을 하거나, 주식을 사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부동산을 사야 한다. 교사인지라 사업은 할 수가 없고, 부동산을 사기엔 돈이 없고, 남은 건 주식밖에 없었다. 꾸준하게 공부했지만, 여전히 이론과 실전은 많이 다름을 느낀다. 내 예측대로 가는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정말 많았다. 내 잔고는 – 상태인 주식이 여전히 가득하다. 허생전을 읽은 그날. 비트코인을 샀다면 내 삶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 젠장.         



 

어느 날 이것만 하면 20억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보았다. 20억을 아껴준다는 영상 속 인물은 사업가도 전문투자자도 아니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님이셨다. '20억을 아껴주는 비법을 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지? 사기꾼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속는 셈 치고 끝까지 보았다. 그는 내 의심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정희원 교수님께서는 노년에 건강하지 못할 때 비용을 계산했다. 노년을 병원에서 지내게 될 경우, 월 간병비는 대략 500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한 달에 500만 원이면 1년에 6,000만 원. 이 금액을 월 4% 예금으로 충당하려면 최소 17억이 필요하다. 정희원 교수님은 신체 기능 저하 없이 나이 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다짐했다. 내 평생 20억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절대 까먹지는 말아야겠다고. 내가 누군가의 부담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정희원 교수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는 말한다. 영양제 살 돈으로 운동에 투자하라. 운동에 쓰는 돈과 시간은 훗날 10배, 100배, 아니 1,000배의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날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뛸 때마다 생각한다. 

“내 한걸음은 얼마일까?”          




수렵 채취 생활을 하던 우리 먼 조상님들께서는 보통 하루 20km를 걷고 달렸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에게 하프 마라톤 정도는 일상이었던 셈이다. 인간에게는 사자처럼 강한 이빨도 없다. 치타처럼 엄청난 스피드도 없다. 새처럼 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먼 거리를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달리기는커녕 걷지도 않는다. 서울 시민은 하루 평균 5천 보 미만을 걷는다고 한다. 편리한 이동이 불편한 노년을 만들지도 모른다.           



이 작자 원래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상은 저버린 지 오래인 현실주의자지만, 오랜만에 나라를 위해 헛된 꿈 한 번 품어본다. 달리는 걸음만큼 쿠폰을 주자! 쿠폰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돈을 뿌리는 게 아니다. 예방은 치료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 노화 속도도 늦춰주고, 치매를 예방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암 등 수많은 병을 예방하는 ‘운동’과 ‘건강한 식사’라는 아주 효과적인 백신을 미리 처방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통 시장을 살리는 보너스 효과까지!      



국민의 건강 악화는 나라에도 큰 부담이다. 2040년대가 되면 노동을 하는 인구에 비해 의료와 간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다. 건강보험재정은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조금씩 고갈되고 있다. 지금 하는 운동이 훗날 20억의 가치가 있다는데, 운동을 통해서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는 국민이 많아져야 훗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년층의 어깨도 가벼워진다. 달린만큼 돈을 준다면 달리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모두가 달리는 건강한 대한민국!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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