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한의원을 다녀왔다. 일지를 쓰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마음이 글과 멀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이야기할 단어들은 많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배열해야 할지 난감하다. 나는 이전보다 꽤 괜찮다. 동시에 불안을 느낀다. 밤에 잠드는 게 한결 편해졌고 그 편안함이 편하지가 않은 미묘한 교착상태. 어쩌면 불면의 밤으로 돌아갈 수도, 어쩌면 낮의 인간으로 살아갈 기회가 상대방이 먼저 손을 놓길 기다리는 줄다리기의 과도기에 머무르는 중이다.
여전히 자주 깨지만 밤에 자고 있다. 그래서 이 약해빠진 몸은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엄살 없이 버텨주었다. 역시 그간 자지 못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을까.
가만히 있으면 죄를 짓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불편함을 남는 에너지가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 문장은 긍정적 사고 전환으로 보이지만 딱히 그런 축에 들지는 않는다. 남는 에너지가 계속 생겨난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삶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내 어리석고 냉소적인 뇌는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불편하지만 뭔가를 이루겠다고 발돋움할 만큼은 아니다. 성취와 발전보다 나태함과 게으름을 위해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한다. 게으른 나를 꾸짖다가도 머릿속의 초기화 버튼을 누르듯 생각을 싹 지운다. 당신 아직 게으름을 논할 정도의 건강체가 아닙니다…….
몸은 대단히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으나 확실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이 상태가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