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의 결실
아들은 한결같이 엄마만 찾았다.
태어나서 7세가 될 때까지 엄마와 떨어진 적이 없었다. 양가의 도움 없이 육아는 오롯이 아내의 몫이었다. 출근이 늘 빨랐던 나는, 아침에 살짝 안방 문을 열고 아들의 자는 얼굴에 대고 인사를 한 뒤 나갔다. 퇴근을 할 때는 이미 넘칠 만큼 지쳐 있는 상태라 아들의 요구에 온전히 맞춰주기 힘들었다. 정말 안 그러고 싶었는데, 매일 그랬다. 아들은 아빠와의 놀이가 고팠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채워지지 않으니, 당연히 마음도 채워지지 않았겠지.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가끔씩 (답답해하며) 이야기했다.
"여보는 아들이랑 별로 안 친하잖아."
반박할 수 없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버지도 나랑 친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일에 바쁘셨던 건 이제 다 큰 어른으로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뚝뚝하고 차가운 면이 많았다. 아버지가 나를 꼭 껴안아줬던 포근한 기억 같은 건 당연히 없다. 아버지는 단지 컸고, 힘이 셌고, 조금은 무서운 존재였다.
그래서 아내의 그 말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아려 왔다. 나는 안 그러고 싶었는데, 어쩌면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었고 이제 곧 복직을 앞두고 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든데, 돌아보면 1년 간 아무것도 제대로 해놓은 게 없는 것 같아 더욱 기분이 뒤숭숭했다.
"2박 3일 혼자 여행이라도 다녀와."
남편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내의 큰 용기와 배려로, 갑작스러운 여행 일정을 잡고 계획도 없이 급하게 떠났다. 그렇게 혼자 제주도에 왔다.
어젯밤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 아빠가 내일부터 3일 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조심스러웠지만 솔직히 별 반응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슬쩍 던졌는데 글쎄,
아들이 울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빠가 떠나면 안 된다고 아빠가 제일 좋다고, 아빠 없이는 안 된다고 10분 20분 계속 울었다. 이 정도의 리액션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뿌듯하고 기뻤다.
'이 아이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구나.'
육아휴직 동안, 다른 건 몰라도 아들과의 관계 회복은 확실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벅차올랐다. 1년 간 아들과 둘이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작은 한 순간 한 순간이 모여 지금 우리의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지나간 그 수많은 순간들, 당시에는 쉽지 않았었지만 꾹 참고 잘 버텨준 과거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여보,
나 이제 아들이랑 완전 친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