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가 있었습니다.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는.
태고적부터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한.
재미없는 뿌리
그 자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았습니다.
벌레 비바람이 스치고, 누가 툭 겉어차면,
몸을 움추렸습니다.
볼품없는 뿌리.
'나도 내가 재미없어~, 싫어~'
'내 아래엔 이놈의 뿌리가
저 깊이,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누가 내 뿌리를 후벼 파 줬으며 좋겠어.'
태고적 뿌리를 원망했습니다.
원망스런 뿌리.
누군가 말했습니다.
괜찮아?
빼곰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부끄런 뿌리.
볼품없는 뿌리
원망스런 뿌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