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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앤오스틴 Aug 05. 2021

100만 원으로 창업하기

-2- 돈을 좋아하는 자매









 경제 공부 이야기가 나온 건 올 초부터였다. 날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나도 이제부터 경제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곧 아서라 지금 월급도 안 버는데 경제 공부해서 뭐하겠나 하는 생각에 공부는 취직 후로 미루기로 했다. 그러니까 임용이나 붙고 경제공부를 하자고.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경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미술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각설하고, 그래서 동생과 경제 스터디를 만들었다. 각자 가계부도 만들고,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100원 단위까지 가계부를 적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적는 용돈기입장 조차 제대로 완성해보지 못한 내가 소비를 할 때마다 꼬박꼬박 기록을 하고 매일 밤에 지출 기록을 확인하고,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한 달간 지속했다.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겉으로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각자가 고른 책을 두 권씩 읽었고, 경제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다. 함께 보니까 구독료를 반 나눠낸다는 장점이 있는데, 먼저 읽는 사람이 임자라서 거진 내가 먼저 읽기는 하지만 스크랩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결국 읽은 이야기를 하면서 공유가 된다. 함께 살기 때문에 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비록 활동시간이 달라(나는 전형적인 아침형이고 동생은 전형적인 올빼미형) 한 집에 사는 것치고는  얘기할 수 있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잠깐의 시간이라도 생기면 그렇게 떠들어댄다. 역시 스터디를 시작해서 그런지 우리 대화의 7할은 돈 얘기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경제 책이나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렇게 얘기를 하려면 평소에 각자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야 만나면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한집에 산다는 초초초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활패턴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찾았다. 네이버 밴드를 개설해서, 하루에 느낀 점을 하나씩 적거나 좋은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정 소스가 없다면 유튜브 동영상이라도 공유한다. 경제 스터디를 위해 밴드를 개설했지만, 우리의 주제는 돈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거진 '성장'과 관련되어 있다. 발전을 위한 이야기. 타인의 성공 스토리들을 스크랩하고 공유한다. '성장'이라는 큰 맥락은 같지만 올리는 게시물의 주제가 약간씩 다른데 여기서 우리 둘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의 주제는 돈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거진 '성장'과 관련되어있다. 발전을 위한  이야기, 타인의 성공스토리들을 스크랩하고 공유한다. 큰 맥락은 비슷한데 공유를 하는 주제가 약간씩 다르다. 나의 경우는 돈에 관한 나의 일기, 경제 책 밑줄 긋기, 자기 자신을 브랜딩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동생은 주식, 기업에 대한 리포트들을 공유한다. 똑같이 '경제'라는 주제에 접근해도 각자가 더 원하는 분야가 다른 것이 보인다.






 우리는 서로를 소울메이트라 칭하는데, 정말이지 '돈독하다' 그래서 돈독한 자매, 하지만 돈을 좋아하는 자매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돈독한 자매 스터디를 만들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우리의 '부캐'를 만들었다. 한번 만들어볼까? 뭘로 할래 해서 '제인 오스틴 어때. 제인과 오스틴.' 그리고 다른 고민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제인과 오스틴이 되었다. 그날 그렇게 우연히 결정했지만 왜 제인 오스틴을 택했을까 생각을 해봤다. 왜 나는 그 순간 제인오스틴을 떠올렸을까. 그녀의 모든 책들을 읽은 건 아니지만 나는 늘 그녀의 책에 나오는 진취적인 주인공이 좋았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베넷, <엠마>의 엠마. 그리고 그 모든 캐릭터들을 넘어서, ‘제인 오스틴’ 그녀가 말하는 것들.




오! 당신의 세계를 근거로 나를 비난하지 말아요.
시계는 항상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지요.
시계에 휘둘릴 수는 없어요.

Jane austen


 

 그리고 이 문장을 봤을 때, 나는 내가 그동안 느꼈던 '시간'에 대한 고뇌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늘 의식하며 살았던 나. 나의 속도대로 나의 길을 꿋꿋하게 걷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나를 치유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렇게 우리는 제인과 오스틴이 되었고, 우리가 꿈꾸는 길을 직접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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