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나사원은 보안관리 콘솔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첫 제안서, 첫 회의, 첫 논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사원, 발표 준비 다 됐어요?”
임대리가 웃으며 물었다.
“네, 초안은요. 근데 박과장님이 구조를 좀 바꾸셨길래…”
“괜찮아요. 회의에서 같이 얘기해요.”
그 말에 잠시 안심했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았다.
‘박과장님은 내 의견을 잘 안 받아들이잖아… 오늘은 끝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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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들어서자 박과장은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화면을 응시하는 표정은 언제나처럼 단호했다.
잠시 후 김상무와 이부장이 들어오자, 회의가 시작됐다.
“이번 개선안은 설정 단계를 줄이고, 복잡한 권한 옵션을 자동화하는 방향입니다.”
나사원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자동화요?” 박과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그럼 보안 수준이 떨어집니다. 사용자가 잘못 설정하면 위험해요.”
“그래서 검증 절차를 넣었습니다. 테스트에서도 오류율이 낮았고요.”
“그건 내부 테스트잖아요. 실제 고객 환경은 다르죠.”
나사원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부분도 고려했습니다. 자동 검증 절차로 보완했습니다.”
임대리가 중재하듯 말했다.
“두 분 다 맞아요.
보안팀 검증 절차를 포함시키는 건 어떨까요?”
김상무가 일정표를 보며 덧붙였다.
“근데 일정이 밀릴 수도 있어요. 그건 감안해야 합니다.”
결국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각자 안을 내일까지 정리해서 다시 검토합시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나사원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어. 그냥 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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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부장이 다가왔다.
“오늘 수고했어요. 좀 걸어요?”
휴게 공간에서 둘은 커피를 마셨다.
“힘들었죠?”
“네. 제 말은 안 통하고, 과장님은 너무 강하게 나와서요.”
이부장이 미소 지었다.
“박과장은 책임감이 강해서 쉽게 양보 안 해요.
근데 중요한 건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자기 논리를 밀어봤느냐예요.”
“회의가 길어지면 다들 지쳐요.
그때 ‘그만둘까’ 싶죠.
근데 바로 그때, 한 번 더 버티면 그게 성장이에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한 번 더 버텨라… 끝까지 밀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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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사원은 밤새 제안서를 다시 검토했다.
보안 절차를 자동화 과정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용자가 설정을 마치면 자동으로 검증 로그가 남도록 하자.”
수정안을 완성한 뒤, 이부장에게 보여줬다.
“이건 좋네요. 구조도 유지되고, 보안팀 요구도 충족했어요.”
오후 회의에서 나사원은 자신 있게 발표했다.
“보안 검증 절차를 자동화 프로세스 안에 통합했습니다.
사용자 확인 단계도 추가되어 위험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박과장이 잠시 모니터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건 괜찮네요. 보안팀도 납득할 겁니다.”
이부장이 웃으며 마무리했다.
“좋아요, 그럼 이 방향으로 진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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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을 나서며 나사원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어제 포기했으면 후회했을 거야. 끝까지 해보길 잘했어.’
퇴근 후, 불 꺼진 사무실 한켠에서 혼자 남은 나사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모니터 불빛이 얼굴을 비췄다.
“그래, 회사란 게 이런 거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끝까지 밀어보는 게 결국 나를 믿는 일이지.”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번졌다.
오늘의 피로보다, 작지만 단단한 자신감이 더 오래 남았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지칠 때가 온다.
하지만 그때 한 걸음 더 가보라.
그 한 걸음이, 나중에 당신을 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