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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에게 입시 로드맵? 일단 거부감을 내려놓으세요

손아름- '대치동 초등 로드맵'

by Applepie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소위 말하는 '7세고시'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영어학원 레벨테스트에. 만 6세 아이의 영어실력에 울고 웃고 하던 때를 지나 또 다시 그때처럼 찬 기운이 느껴지니 참 우습게도 이번엔 수학을 걱정하고 있다. 걱정을 만들어서 하는 것 같겠지만 자식을 교육시킨다는게 참 야물딱지게 안 되더라. 교육이라는게 불확실성이 큰 영역이라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가도 잘 사라지곤 한다. 게다가 주변의 뛰어난 아이들이며 사교육 기관들은 나의 불안을 한껏 부풀려놓는다. '예비초2'라는 말이 참 무섭게 다가오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싶었다.


손아름 원장님의 강의는 아이가 유치원 때 사고력 수학으로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다.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그 강의는 친절하고도 명확하게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의 경험으로 이분께 신뢰가 있었고 영상보다 글이 편한 내게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되었다.

200쪽 남짓한, 내가 읽어 온 다른 교육서들보다 더 얇은 분량이지만 건질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 글을 쓰면서도 적당한 분량을 위해 여러 곳을 솎아내야 했다. 저자가 사교육 최전선인 대치동에서 그간 보고 느낀 것을 정말 진심을 다해 담아낸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지만, 내게 특별히 강하게 다가온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초등 저학년때부터 아이 학습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것. 둘째, 제대로 된 수학 선행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입시는 종합적인 결과물이라는 것. 어느 한 과목만을 잘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없다는 것이다. 균형잡힌 학습이 이루어져야하고, 특히 문해력을 어느 시기든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가지 요소를 하나씩 발췌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와 적정 시기가 어느 정도는 특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로드맵을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로드맵을 잘 구성해놓으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 바로 '옆집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중략)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지려면 초등 저학년 때부터 로드맵이 중요하고, '오직 우리 아이에게만 최적화된 로드맵'을 구성할 정도로 제대로 된 정보력을 갖추어야 한다. 로드맵을 구성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의미한다. 1. 아이의 목표에 대해 생각하기-아이와 함께 목표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를 자주 만든다. 2. 아이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계획 세우기-철저하고 세밀하게 아이를 관찰한다. 3.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함께 하나씩 성취해나가기-연간 계획과 같은 장기적인 계획과 더불어 분기별 또는 월간 계획과 같은 단기적인 계획도 아이와 함께 세운다. 4. 로드맵 수정 보완하기-초과 달성, 미진한 부분, 추가로 생긴 목표에 대해 대처해나간다. (p.22~23)

수학에서 종합 예술을 구사하려면 '연결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 수학 변별력은 연결과 확장에서 온다. 그리고 그 연결과 확장이 유연하게 잘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논리 추론 능력이다. 타고난 경우도 있지만 국어, 특히 독서를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평소 국어 교육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연결과 확장이 일찌감치 잘 이루어지는 아이들은 수학 속도를 높여 영재교나 과학고에 욕심을 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그 깜냥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일반고 진학에서의 경쟁력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므로 그 선택은 매우 신중하고 냉정하게 해야한다. 특목고에 진학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특수한 케이스가 아닌 경우라면 일반고를 목표로 잡고 입시 수학(일반고등학교 내신 및 수능을 의미)을 준비해야 한다. (p.19)

아이를 낳고 유치원, 학교를 보내고 나니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만나는 관계는 학교나 직장에서 친했던 친구들이 아니라 새로 만나게 된 아이 친구 엄마들이다. 아이가 자라며 생활반경이 넓어지면서 나도 많은 엄마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더없이 소중한 인연도 얻었다. 하지만 그들과의 즐거운 대화 끝에는 늘 '흔들림'이 남는다. '나 잘 시키고 있는거 맞나?' '우리 애 너무 한가한거 아닌가?' '누구는 벌써 무엇을 한다던데...'하는 생각들은 종종 무시할 수 없는 불안을 낳곤 한다. 즐거운 대화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지 않으려면 입시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잘 가지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영과고(영재고, 과학고)를 향한 로드맵과 일반고 상위권을 향한 로드맵은 다르다고도 하니 아이가 장차 하고 싶은 것과 부모가 아이를 관찰한 결과를 통해 빠른 진로설정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시간 여유가 많다. 그러니 소위 뺑뺑이를 돌리더라도 수 과학 진도를 잘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학부모는 두려움이 가시고 위로를 얻는다. 게다가 주위에서 진도 팍팍 나가는 애들을 보면서 이렇게 수 과학을 밀어붙이고 있는 자신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과 현재의 진도를 비슷하게 끌어올리려고 과하게 시간을 쏟으면 곧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 일주일에 대여섯 시간 수학 공부하는 그 친구가 그 외 시간에는 놀기만 할까? 아니다. 그 시간에 다른 경험도 많이 하고, 책도 읽고 다른 과목 공부도 한다. 그렇게 그릇을 크게 키우면서 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을 때, 내 아이는 수학 진도만 똑같이 따라가겠다고 버둥거리다가 학년이 올라가서 시간이 부족해지면 그때서야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p.61)

앞서 말한 것처럼 멀리 내다 보고 작성한 로드맵이 없다면 이리저리 주위에 휘둘려서 다른 아이 하는 모양을 따라가다 낭패를 보기도 한다고. 저런 아까운 시간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로드맵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고등 입시까지 긴 안목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때 최상위권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특정 한 과목에서의 우수성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여러 과목이 고르게 우수하되, 특장점을 가진 과목이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 그렇게 되려면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 중등을 거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메우면서 가면 된다. 현명하게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번 부족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서 스스럼없이 올인 또 올인을 외치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올바른 학습 형태가 아니다. (p.152)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초3까지 영어를 끝내놓고 초4부터는 수학을 달린다.' 물론 지금 보니 문자 그대로 영어 혹은 수학만 하고 그 외 기간에는 안한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아이가 어렸던 시절의 나는 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간의 발달이 어디 그런가. 언어적 두뇌가 발달할 때 수학적 두뇌는 기다려주었다가 나중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일은 없으므로 항상 올인이 아닌 현명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꼭 기억해야겠다.


다음으로 수학 선행에 대한 부분이다. 공교육 교사에다 외동아이를 키워 사교육 세계가 처음인 나는, 동네를 휩쓸고 있는 수학 선행 열풍에 대해 늘 마뜩찮은 심정이었다. 그러므로 늘 궁금했다. 왜 상위권에서 수학 선행이 필수처럼 되었는가? 여기에 대해 설득력 있고 풍부한 답들을 드디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수능의 변별력이 날로 커지고 킬러 문항의 난도가 아무리 높아진다 한들 수학의 광풍이 워낙 거세기에 그 풍파를 다 겪어온 최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은 어떤 변수가 있어도 그것을 넘어서는 힘을 지닌다. 그렇기에 내 자식이 그 정점에 설 수 있게 하려고 선행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정당한 이유가 아니던가. 똑같은 목표를 가졌다면,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가능한 한 먼저 시작하는 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진행해야 할 과정이, 아이가 소화할 능력이 되는 시기에 놓여 있는지다. (p.74)

상위권의 기준이 수학인 이유는 뭘까? 입시에서의 수학은 단기간 노력으로 최상위권을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노력은 수학적인 역량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과 더불어 선행의 적절한 시기가 맞물려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일찍 시작해도 뒤늦게 실패하는 경우를 보면 무조건적인 선행이 능사는 아니다. 일반고에서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라면 수학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잇는 시기에 선행을 시작해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진 아이들이 결국은 입시에서 성공한다. 중요한 건 대입이다. 그때 가서 뒷심을 발휘하려면 초등 저학년 때부터 선행 계획을 올바로 짜야 한다.

그렇다면 최상위권을 목표하는 아이들이 초등 수학을 공부할 때-그게 선행이든 현행이든 상관없이-이것만은 꼭 했으면 한다. 반드시 학습하고자 하는 과정보다 한 학기 이상 연산을 미리 해둘 것! 연산은 1~2년 앞서도 결코 과하지 않다.(p.89)

대치동에서 선행 좀 한다, 그래도 수학만큼은 대치동에서도 제법 상위권이다 하는 아이들은 이미 유아 때부터 철저히 준비해왔다. 초등 때 고등 과정까지 진행하는 저런 과정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고 미리 교과 수학의 기본이 되는 연산을 탄탄히 잡은 것은 물론이고, 상위 교과 과정에서 요구하는 깊이 있는 사고와 과제 집착력을 기르기 위해 사고력 문제와 교과 심화 문제 풀이 연습도 계속해왔을 것이며, 이를 통해 각종 경시대회에 도전했을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원활하게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이해하려고 문해력, 논리력 트레이닝도 했을 것이다. 이뿐이겠는가. 꼼꼼히 문제를 풀고 오답 노트를 작성하는 등 공부 관리 습관도 완전히 자리 잡았을 것이다. 안정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데는 다 그만한 뒷받침이 되어 있는 것이다. (p.103)

이왕 선행을 할 거라면 경쟁력 있게 하자. 똑똑하게. 올바른 개념 이해는 기초 중의 기초다. 개념 이해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문제 풀이까지 완료되어 있어야 다음 선행도 의미가 있다.(p.106)

당연한 말이지만 해서 아무 쓸데 없는 건 별로 없다. "지금 선행 해봐야 아무 소용 없어."는 불안을 담은 정신승리였을수도 있겠다. 내 정신승리로 아이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먼저 배워놓으면 분명 유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나 단순히 '먼저'배우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건 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똑똑하고 경쟁력있게, 올바른 개념이해를 바탕으로 문제 풀이까지 완료해야 의미있는 선행이 된다. 이 부분을 읽고 수학 선행에 대해 마음이 좀 열리게 되었다. 다들 무턱대고 진도만 나가는 것은 아니구나, 제대로 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하지만 내 아이가 선행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방학같이 덩어리로 시간이 날 때 집에서 1,2년 빠른 선행 과정을 시도해봐야겠다. 아이가 받아들일 그릇이 된다면 선행을 천천히 시도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독서나 연산 등으로 기본기를 더 다져야겠다는 계획이 세워진다.


그리고 수학 학원 원장님인 저자도 여느 많은 교육서처럼 국어를 강조한다.

학부모 상담 때 권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초등 독해, 국어 문제집을 매일 꾸준히 풀게 하라는 것이다. 물론 독서는 삼시세끼 밥이고, 문제집은 영양제와 같은 것이라서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것은 분명 탈이 난다고 하는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공부를 꾸준히 지속할 수 있고, 제대로 읽었는지 꼼꼼히 점검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그래도 효과가 좋다고 본다. 바로 초등 독해, 어휘 관련 학습서를 매일 일정량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다. (p.41)

나 또한 국어과 학습부진 학생들을 교육할 때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이 학습서이다. 아이 수준에 맞게 정선된 양질의 글과 어휘가 학습서에는 있다. 수록된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게도 하고 문제를 풀어보게도 하는 과정을 한 학기쯤 꾸준히 진행하면 학생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있는 것을 많이 봐왔다. 또 요즘 느낀건 수학 문장제 문제를 풀 때 국어의 정독 능력이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국어학원을 택하는 학부모에게도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굉장히 수준 높은 책이나 영상자료와 같은 콘텐츠를 내세우는 학원이나 프로그램은 재고해보는 것이 좋다. 학부모들은 그런 것을 하면 아이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무엇을 하든지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해서 탄력을 받아야 한다.(p.52)

나도 학원을 고를 때 교재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이는 곳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긍정적인 학습 태도를 강조하는데 이것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을 꼬집었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학습 태도를 기른다는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잘될 거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노력하는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다. 정직하게 땀 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스로 얻어낸 값진 선물이다.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정신이다. 그런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러려면 직접 시도하고 실행해야 한다. (p.200)

긍정적인 태도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 될거라는 근거없는 낙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노력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도전하는 태도가 바로 긍정적인 학습 태도라는 것이다. "공부로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요."라는 류의 말씀을 하는 학부모님들치고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경우를 못 봤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만 하게 하는 건 아이의 성장을 크게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가 좋아한다고 햄버거만 매끼 준다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은 지 몇주가 지났지만 나도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진 못했다. 하지만 전보다 조금 더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의 수학 잠재력을 한번 가늠해보려고 한다. 학원을 보내고 있으며 나와 매일 집에서 수학공부를 하는데도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는 것을 보면 수학 머리가 타고난 아이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이가 타고난 능력 안에서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할 수 있겠지. 수학 선행으로 고민하는 내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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