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모두가 아는 정답

로버트 프레스먼, 스테파니 도널드슨, 레베카 잭슨 공저- 숙제의 힘

2016년에 4학년이었던 제자들로부터 처음으로 여러 유투버들의 이름을 들었다. 그 중 유해한 컨텐츠를 제작하기로 이름나서 나조차 알고 있던 한 유튜버를 즐겨본다던, 왜 그 채널을 구독하냐는 나의 물음에 '그냥 웃겨요!'라고 답했던 경수는 어려운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했다. 분노가 일면 책상을 엎기도 하고 돌고래 소리를 냈다. 그러고 나면 나와 친구들을 보기 부끄러운지 더 연극적인 행동을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경수는 가까이 하기 힘든 애가 되었다.

2017년 6학년 교실, 맨 뒤에 앉은 승철이는 오늘도 1교시부터 엎드려 있다. 밤새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정에 별다른 규칙이 없기에 승철이가 핸드폰을 침실에 들고 가는 것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부모님이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계신 깜깜한 밤에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승철이. 자연스럽게 다음날 학교에선 졸음이 쏟아진다.

2021년 한 초등학교 운동장,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예리에게로 몰려든다. 예리의 핸드폰에 재미있는 게임이 많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폰을 보여달라는 친구들 한명 한명에게 게임을 설명해주다 보면 예리는 2시간 넘게 스탠드에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는 셈이 된다. 학교 수업시간엔 읽기와 계산이 특히 힘든 예리지만, 수업만 끝나면 최고로 인기있는 친구가 된다.

2024년 일과가 끝난 2학년 교실, 은영이가 담임선생님과 보충 학습을 하고 있다. 오늘 선생님에게 두 자릿수 덧셈을 배웠다. 설명이 끝난 후 교재에 있는 문제도 곧잘 풀어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3일 후 다음 보충수업에서 은영이는 덧셈 하는 법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도, 집에 가서 복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3일 전에는 칭찬을 듣고 자신감도 한껏 올랐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다. 역시 수학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소개할 '숙제의 힘'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는 그간 나와 함께했던 학생들 여럿이 떠올랐다. 몇년 간 교실에서 막연하지만 확신을 하며 느꼈던 것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었다. 2013년에 미국에서 쓰여진 책이 2025년 한국의 현실을 이토록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니! 읽으면서 여러번 감탄이 나왔다. 한글 제목은 '숙제의 힘'이지만 나는 이 제목보다 원제인 'The Learning Habit' (학습 습관)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세 명의 저자는 각각 소아 심리학 연구 국장, 심리치료사, 신경심리 교육자이자 양육 전문가로서 2010년대에 교육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가운데 좌절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맞닥뜨리고도 여전히 학업에 성공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비결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약 5만명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3년간 '학습 습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단 몇줄로 도출해 냈다.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2025년의 우리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학습 습관은 양육 방식과 습관 생성의 결합이다. 모든 연구 결과는 '자율 양육'과 습관 형성의 결합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둘째, 대부분의 부모들이 숙제에 대해 전혀 반감을 갖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숙제를 자녀들의 교육에서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었다. 셋째,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과 그들의 성적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학습 습관 연구 중에 소위 '게임 중독자, 외톨이의 특징'이 발견된 아이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