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건강한 삶

장내미생물과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관련 없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장내 미생물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져 왔다. 관련 논문이 2011년에 나온 이후 2024년 102건까지 증가했다. 지금까지 ‘자폐증인 사람의 장내 세균을 쥐에게 주면 자폐증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장내 세균을 이용한 요법이 자폐증 증상을 완화한다.’ ‘자폐증인 사람은 장내 세균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장내미생물과 자폐 관련 많은 연구자가 특허나 기업과 연결돼 있고, 과장된 언론 보도로 대중의 기대감만 키워왔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9년 연구를 보자. 인간의 피부 등에는 병균이 아닌 세균 총(bacterial flora)이 형성되어 있다. 자폐아는 반 정도가 변비, 설사 같은 위장장애를 겪는다. 위장장애가 있는 자폐아는 위장장애를 치료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장에서 뇌에 보내지는 신호 사이에 매우 강력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폐증 치료에 이러한 방식을 시도한 것은 신경기능 장애가 뇌보다는 장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위장장애는 과민성을 유발하고 주의력과 학습기능을 저하시켜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연구를 보면 자폐증과 장내세균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며, 600종 이상의 장내세균 가운데 자폐증과 연관을 보인 것은 1종에 불과했다. 과거 연구에서 자폐증과의 연관성이 지적된 세균도 자폐증과 어떤 연관성도 없었다. 자폐증 아동은 과거에 이미 밝혀졌듯이 식성이 까다롭다. 이들의 성격과 생활을 보면 식성이 까다롭기 마련이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이는 장내세균 다양성이 부족해 설사 등 장 문제가 잦을 가능성이 있다. 자폐증 환자는 다양하지 않은 식생활을 하며, 이는 다양성이 부족한 장내세균과 장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폐증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내세균 이식 등의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 오히려 편식하기 쉬운 자폐증 아동의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관련 논문 140여 편을 검증한 결과 설득력 없다는 연구가 나왔다. 관찰 연구, 동물실험, 임상실험 결과가 일관되지 않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논문은 표본 수가 지나치게 작거나 통계법이 부적절하였다.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서 활용된 표본은 그룹 당 7~43명뿐이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려면 수천 명이 필요하다.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다는 연구와 반대의 결과도 있다. 식습관이나 유전 같은 다른 요인을 고려하거나 형제끼리 비교하면 이런 차이도 없어진다. 생쥐실험도 설득력이 없다. 쥐가 자폐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실제 자폐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다. 실험 자체에도 방법론적, 통계적 결함이 있다. 자폐 증상인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 언어 지연 등을 쥐에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험군도 3~8마리에 불과해 표본 자체가 매우 작았고, 재현 연구도 거의 없다. 인간 장내 미생물을 생쥐에 이식해 비교하는 방식도 구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몇 개의 임상시험에서는 자폐 환자에게 대변을 이식하거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후 특성 변화를 관찰했다. 대다수 연구가 부적절한 통계 방법을 사용했다. 대조군이나 무작위 배정을 사용하지 않은 연구도 많다. 대부분 소규모 단일군 공개 연구로, ‘플라시보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 치료를 받은 아이 52명과 받지 않은 아이들 51명을 비교했지만 주요 평가지표에서 차이가 없었다.

https://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5)00785-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만 치료제 먹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