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지정 공휴일?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짓들이게 하소서.
- 이하 생략 -
이 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로 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렸었다. 또한, 이는 릴케가 27세 때(1902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할 때 쓴 시이기도 하다.
가을이 막 접어드는 매년 이맘때면 늘 생각나는 시이다.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첫 구절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느낌과 함께 생각난다.
우리는 무지하게 더웠던 여름날을 보냈다. 여름 내내 “빨리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되뇌거나 투덜거렸다. 그러던 가을이 드디어 왔다.
오늘(9.23)은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추분(秋分)이다. 전국적으로 날씨가 쾌청하고, 바람도, 온도도 적당하여 놀러 가기 좋은 날씨다.
이런 날을 회사에도 가기 싫고, 집에도 있기 싫다. 혼자서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렇게 좋은 날은 기상청에서 National Picnic Day로 지정해서 국민모두가 다 함께 가을날을 만끽했으면 한다.
일은 누가 하고, 소는 누가 키우나요?
일은 내일 하면 되고, 소는 지가 알아서 잘 크니까 걱정 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