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1화
아주 오래전, 기업의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크게 나누면 세 가지였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일,
그 물건을 파는 일,
그리고 돈을 관리하는 일.
오늘날의 언어로 바꾸면 제조(Production), 판매(Sales), 재무(Finance)입니다.
이 중에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마케팅은 아직 독립된 이름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마케팅은 영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고, 영업은 곧 마케팅이었습니다.
“잘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
흔히 Sales Era라고 불리는 시기에는 시장의 중심이 철저히 공급자에 있었습니다. 물건이 귀했고, 산업은 막 성장하던 단계였으며, “잘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기업의 사고방식도 단순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었으니, 이제 잘 팔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 시기의 영업도 단순한 판매 행위가 아니었으며, 영업사원은 제품을 설명했고, 고객을 설득했고, 현장에서 시장 반응을 읽었으며, 가격과 조건을 조정했고, 때로는 광고와 판촉의 아이디어까지 냈습니다. 말 그대로 영업은 판매이자 홍보였고, 시장조사였으며, 전략이었습니다.
균열의 시작: 질문이 바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시장은 점점 포화되었고, 경쟁사는 늘어났으며, 제품 간의 기능적 차이는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고객 역시 변했습니다. 더 이상 말 잘하는 영업사원의 설명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았고, 가격과 조건보다 선택의 이유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질문이 바뀝니다.
“어떻게 팔 것인가?”에서 “누가, 왜, 무엇을 사고 있는가?”로.
이 질문의 변화는 단순한 영업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시장 자체의 크기가 커지고,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파는 행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생겨났다는 신호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영업 안에 함께 붙어 있던 마케팅이라는 사고가 분리되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비즈니스의 질문이 바뀌는 순간, 마케팅은 탄생했습니다. 초기 비즈니스에서 SALES(영업)라는 말은 지금보다 넓은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았죠. 초기의 SALES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첫째, 판매 행위 그 자체: 설득하고, 협상하고, 끝내 계약을 성사시키는 '클로징(Closing)'의 기술.
둘째, 판매를 가능케 하는 토양: 누가, 왜 사는지,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지를 파악하는'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
Sales에서 Marketing으로: '행위'와 '논리'의 분리
그러나 시장이 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두 가지 의미는 더 이상 하나의 역할 안에 담기기 어려워졌습니다. 제품은 넘쳐났고, 고객은 까다로워졌으며, “잘 파는 사람”보다 “시장을 이해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진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시점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SALES는 점점 ‘거래를 성사시키는 행위’로 역할이 좁혀지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두 번째 의미, 즉 시장(Market)과 고객(Customer), 선택의 논리가 별도의 전문 영역으로 분리되어 Marketing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말하자면 이런 흐름입니다.
SALES 안에 공존하던 파는 행위, 시장과 고객에 대한 사고
이 중 파는 행위는 Sales로,
시장·고객 중심 사고는 Marketing으로
이렇게 역할이 나뉘기 시작한 것이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마케팅은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시장·산업·고객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다시 내부에서 잘게 쪼개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마케팅의 혼돈: 같은 이름, 다른 얼굴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다소 혼란스러운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해외영업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영업에 가까운 직무도 마케팅이고, 광고와 홍보에 거의 가까운 역할도 마케팅이며, 글로벌 진출 전략을 담당해도 마케팅 전략이라 불리고, 숫자로 매출을 끌어올려도 마케팅입니다. 같은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직무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케팅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도: 세 가지 세계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렇게 넓은 의미로 뒤섞여 사용되고 있는 마케팅을 직무 관점에서 세 가지 세계로 나누어 보려 합니다.
기획의 세계: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아키텍트
확산의 세계: 메시지를 전염시키는 커뮤니케이터
최적화의 세계: 숫자로 성장을 증명하는 엔지니어
이제부터는 ‘마케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 ‘이 마케팅은 어떤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세계를 하나씩 들여다보려 합니다.
기획의 세계는 마케팅의 최상위에 위치합니다. 아직 광고도, 화려한 캠페인도, 실시간으로 찍히는 숫자도 존재하지 않는 단계. 이 세계의 질문은 지극히 본질적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누구에게, 왜 파는가?”
이 질문을 떠올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애플의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 테슬라의 전기차를 떠올립니다. 이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만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시장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어디에 말을 두고, 누구를 타깃으로 삼으며, 어떻게 경쟁자와 격차를 벌릴 것인지를 아주 오래전부터 '설계'해 온 기업들입니다.
전략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의 역사'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와 희토류를 둘러싼 전략 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같은 이슈까지 떠올려 보면, 기획의 세계는 좀 더 입체감 있게 다가옵니다. 이 일은 언제나 시장, 자원, 기술, 그리고 권력의 문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조금만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려보면, 이 이야기는 훨씬 더 선명해집니다. 제국주의 시대, 영국은 인도라는 거대한 시장과 자원을 확보하려 했던 움직임과 청나라의 문을 열기 위해 벌였던 아편전쟁의 본질도 결국 하나였습니다. “어디에 시장이 있고, 누가 고객이며, 무엇을 팔 수 있는가.”
지금 우리가 말하는 마케팅 전략∙기획과 제품 전략은 사실 이 질문의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형태입니다. 그래서 기획의 세계는 유행이나 트렌드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시장 설계의 역할’ 그 자체입니다.
이 설계는 현업에서 보통 세 가지 축으로 구현됩니다.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하는 전략,
선택의 이유를 만드는 브랜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고객의 기억 속에 남기는 경험(BX).
이제부터는 이 세 축이 실제 채용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JD라는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하나씩 들여다보려 합니다.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잘 포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획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존재합니다. 제품에 이름이 붙기도 전, 심지어 제품의 형태가 갖춰지기도 전에 이들은 움직입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기획의 세계는 한마디로 ‘비즈니스의 전제 조건’을 만드는 곳입니다.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나 카탈로그를 펼치기 훨씬 전, 이미 승부의 절반은 이 세계에서 결정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영업사원도 잘못 설계된 제품을 팔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광고도 시장의 갈증을 읽지 못한 브랜드엔 힘을 실어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사람들은 광고 카피를 고민하는 대신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고, 예쁜 로고를 그리는 대신 브랜드가 가져야 할 단 하나의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데 밤을 지새웁니다.
아키텍트들의 세 가지 질문
기획의 세계를 지탱하는 핵심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마케팅 전략] “우리는 어느 영토에서, 누구와 싸워 이길 것인가?” — 비즈니스의 나침반
[브랜드 매니저(BM)] “고객은 왜 수많은 대안 중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가?” — 비즈니스의 심장
[BX 디자인] “고객은 우리를 어떤 온도로 기억하게 될 것인가?” — 비즈니스의 피부
현대자동차, CJ올리브영, CJ푸드빌, SPC 같은 기업들이 실제 채용 현장에서 어떤 언어로 이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지, JD를 통해 하나씩 해부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비즈니스의 가장 큰 지도를 그리는 사람들, 마케팅 전략가의 이야기입니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상품 마케팅 전략 수립/기획, CJ올리브영 외국인 전략 마케팅
비즈니스가 어디로 갈지를 먼저 정하는 사람들
이 직무는 “마케팅을 한다”기보다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마케팅 전략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떠올립니다. 광고를 기획하는 사람,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짜는 사람,캠페인의 시작 버튼을 누르는 사람.
하지만 실제 채용 시장에서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포지션들은 이보다 훨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묻습니다.
무엇을 알릴 것인가? 이전에
무엇을 팔 것인가?
어디에서 싸울 것인가?
이 비즈니스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즉, 마케팅 실행을 고민하기 전에 비즈니스의 전제를 먼저 정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지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사례가 바로 현대자동차와 CJ올리브영입니다.
전략의 스케일이 다르다. ‘상품 하나’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본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상품 마케팅 전략 수립/기획
현대자동차 JD를 보면 ‘상품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품은 자동차 한 대, 하나의 모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전동화(EV)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EREV, 콘셉트카,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이 포지션이 다루는 것은 기술 하나, 모델 하나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이 기술은 북미에서 먼저 받아들여질까, 유럽일까?
중국 시장에서는 ‘전동화’가 같은 의미로 작동할까?
우리는 테슬라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되어야 할까,
아니면 전혀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할까?
그래서 이 직무의 일상은 ‘마케팅’보다는 전략, 구조, 선택에 더 가깝습니다. 광고 문구를 고민하기 전에 글로벌 경쟁 지도를 먼저 그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전략, 다른 얼굴
CJ올리브영 외국인 전략 마케팅
CJ올리브영의 외국인 전략 마케팅은 결이 전혀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전략 직무입니다. 이 포지션의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흐름에 가깝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은 어디에서 브랜드를 처음 인식하는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은 글로벌몰 재방문으로 이어지는가 , 결제 수단, 항공, 숙박, 투어는 어떻게 하나의 고객 여정으로 묶일 수 있는가. 이 포지션이 다루는 일은 단순한 외국인 대상 마케팅이 아니라, ‘방한, 구매, 재방문, 글로벌 고객 전환’이라는 하나의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에는 프로모션 기획보다 여정 설계, 제휴 구조, 결제·플랫폼 이해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 직무가 전체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자리
“모든 마케팅은 이 결정 위에서 움직인다” 마케팅 전략 포지션의 결정은 아래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확산의 세계 → 어떤 메시지를, 어떤 톤으로, 어떤 채널에 풀 것인가
최적화의 세계 → 무엇을 KPI로 삼고, 어디에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전동화 기술 리더십’을 핵심 전략으로 잡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은 기술 중심으로 바뀌고, 론칭 스토리는 혁신 서사가 되며, 퍼포먼스 KPI에는 브랜드 신뢰도까지 포함됩니다
CJ올리브영이 ‘외국인 고객을 단기 매출이 아닌, 글로벌 재방문 고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잡으면, 프로모션 구조, 제휴 파트너, 결제 UX, 글로벌몰 콘텐츠 방향까지 모두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직접 실행하지 않지만, 모든 실행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JD에 적힌 업무들은 왜 이렇게 ‘추상적’일까
“전략 포지션의 언어는 원래 추상적이다” 현대자동차 JD에는 이런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글로벌 상품 마케팅/론칭 전략 수립
상품 포지셔닝 및 메시지/콘셉트 수립
전동화·기술 커뮤니케이션 기획
CJ올리브영 J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 활성화 마케팅 전략 수립
고객 여정 설계
제휴 구조 및 결제 스킴 기획
이 일들은 매뉴얼로 만들 수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대신 요구되는 것은, 복잡한 정보를 구조로 정리하는 힘. 시장·고객·데이터를 하나의 논리로 묶는 능력, 조직과 파트너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 그래서 이 직무에서는 컨설팅 출신, 글로벌 전략 경험자, 구조적 사고를 가진 인재가 우대됩니다.
필수요건과 우대요건은
“실무 스킬”보다 사고의 깊이를 본다. 왜 데이터 기반 역량이 필수일까? 전략은 감으로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 데이터
고객 데이터
경쟁사 데이터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왜 이 방향이 맞는가”를 설명해야 합니다. 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한가? 전략은 혼자 세우는 문서가 아니라, 조직을 움직여야 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전략은 결국 실행되지 않습니다.
이 직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마케팅 전략가는 광고보다 앞에 있고, 프로모션보다 위에 있으며, 숫자보다 먼저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브랜드와 상품이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를 가장 먼저 정하는 사람. 그래서 기획의 세계에서 마케팅 전략 포지션은 언제나 첫 번째로 등장합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이 전략이 어떻게 브랜드라는 언어로 구체화되는지, 즉 브랜드 마케팅(BM)의 세계입니다.
– 전략 다음에 오는 결정 외식 브랜드를 ‘살아 있게’ 만드는 사람들, 브랜드 매니저(BM)
CJ푸드빌 외식 브랜드 마케팅 BM 포지션
전략은 방향을 정하지만, 브랜드는 선택을 만들어낸다
전략의 세계에서 기업은 큰 결정을 합니다. 어떤 시장에 들어갈지, 어떤 고객을 잡을지, 어떤 싸움을 할지 말이죠. 하지만 그 전략이 고객의 일상까지 내려오는 순간에는 전혀 다른 질문이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고객은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 질문부터가 브랜드 매니저(BM)의 영역입니다.
CJ푸드빌이라는 회사의 자리
CJ푸드빌은 국내 외식 산업에서 보기 드문 포지션을 가진 기업입니다. 프리미엄 스테이크 하우스, 베이커리, 캐주얼 다이닝, 복합 외식 공간까지.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외식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회사죠. 이 말은 곧, CJ푸드빌의 마케팅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간 간섭을 조정하고, 각 브랜드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BM은 광고 담당자가 아니라, 브랜드 하나의 ‘사업 책임자’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됩니다.
브랜드 매니저(BM)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CJ푸드빌 외식 브랜드 BM 포지션의 JD를 보면 업무 범위가 꽤 넓게 느껴집니다.
시장·경쟁사·고객 분석부터
신규 브랜드와 프로젝트 콘셉트 도출,
메뉴 전략,
온·오프라인 마케팅 성과 관리,
IMC 캠페인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까지.
이걸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전략에서 정해진 방향을 고객이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전략 다음에, 왜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한가
전략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프리미엄으로 갈 것인지, 대중적으로 확장할 것인지, MZ 타깃인지, 패밀리 타깃인지, 하지만 고객은 전략을 보고 선택하지 않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매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SNS에서 본 이미지를 떠올리고
브랜드가 가진 ‘톤’을 기억하며 결정합니다.
이 모든 접점을 하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역할, 그게 바로 BM입니다. 그래서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BM이 흔들리면 브랜드는 금방 생명력을 잃습니다.
이 포지션이 ‘과장급 이상’인 이유
CJ푸드빌 BM 포지션이 경력 7~12년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역할은 실무 스킬만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BM은 항상 여러 이해관계의 중심에서 조율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상품개발(R&D)과 메뉴 방향을 논의하고
영업·운영과 실행 가능성을 조율하며
대행사와 크리에이티브 결과물을 설계해야 합니다.
내부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하기에, 고도의 판단력과 균형 감각이 필수적입니다.
JD에 적힌 ‘필수요건’은 왜 이렇게 구성되어 있을까
FMCG(소비재) 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요구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외식 브랜드는 ‘자주 소비되고, 빠르게 판단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선택 속도가 빠른 산업일수록 브랜드의 일관성과 메시지 관리가 중요해집니다.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경험이 필수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캠페인이 아니라, 여러 접점에서 동시에 경험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조사와 데이터 분석 역량 역시, 감각만으로는 브랜드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요구됩니다.
BM은 감성 위에서 일하지만, 결정은 항상 데이터로 검증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대요건이 말해주는 이 회사가 원하는 BM의 모습
신규 브랜드·상품 론칭 경험
F&B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경력
마케팅 대행사 경험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CJ푸드빌이 원하는 BM은 ‘기획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브랜드를 시장에 올려본 사람입니다. 아이디어를 내본 사람보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본 사람. 그 차이가 이 포지션의 난이도를 결정합니다.
이 직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브랜드 매니저는 전략과 고객 사이에 서서, 브랜드의 성격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입니다. 광고를 많이 한다고 브랜드가 강해지지는 않습니다. 메뉴가 많다고 브랜드가 커지지도 않습니다. BM은 그 모든 선택 앞에서 끊임없이 묻습니다. “이 결정이 이 브랜드다워 보이는가?”
그래서 기획의 세계에서 마케팅 전략 다음에 반드시 브랜드 매니저가 등장합니다.
– 전략과 브랜드를 ‘경험’으로 완성시키는 사람들
SPC그룹 섹타나인의 BX 디자인 팀장
브랜드가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되는 순간
전략이 방향을 정하고, 브랜드 마케팅이 언어를 만들었다면, BX는 그 모든 것을 고객의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단계입니다. 고객은 전략 문서를 보지 않습니다. 브랜드 슬로건도 외우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것들을 경험합니다.
앱을 열었을 때의 첫 화면,
매장에 들어섰을 때의 공기와 동선,
메뉴판의 톤과 컬러,
SNS에서 스쳐 지나간 한 장의 이미지
BX는 바로 이 모든 접점을 하나의 감각으로 묶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획의 세계에서 BX 디자인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 역할이 됩니다.
SPC그룹 안에서 섹타나인이 맡고 있는 역할 — 그룹 마케팅 컨트롤 타워와 개별 브랜드의 조화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F&B 제국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브랜드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멤버십 플랫폼 '해피포인트'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 거대한 생태계에서 섹타나인(Secta 9)은 SPC그룹 마케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비즈니스적 역설이 등장합니다.
전체 시너지(Synergy)와 브랜드 개별성(Identity) 사이의 균형
섹타나인은 그룹 차원의 마케팅 역량을 하나로 모아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데이터가 한 곳으로 모일 때 고객의 취향을 더 정밀하게 읽을 수 있고, 마케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개별 브랜드 마케팅의 힘: 각 브랜드(파리바게뜨, 던킨 등)는 저마다 처한 시장 상황과 타깃이 다릅니다. 현장에서만 읽을 수 있는 고객의 속도와 기민함은 개별 조직이 직접 운영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조화와 조절의 예술: 모든 것을 합쳤을 때의 '규모의 경제'와 따로 움직일 때의 '기동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 이것이 섹타나인이 수행하는 가장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입니다.
“따로 또 같이”, 같은 결로 느껴지게 만드는 설계
섹타나인은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야성을 존중하면서도, 고객이 SPC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경험의 기준'을 잡습니다.
파리바게뜨 앱과 던킨 앱은 브랜드는 다르지만, 왜 비슷하게 ‘편하다’고 느껴질까?
배스킨라빈스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해피포인트 앱에서 확인할 때 왜 이질감이 없을까?
각 브랜드의 현장 마케팅은 생동감 있게 돌아가는데, 왜 전체 SPC 서비스에서는 공통적인 톤과 리듬이 느껴질까?
이 질문에 답하며 전체 마케팅 총괄 조직으로서의 시너지와 개별 브랜드의 자율성을 최적의 비율로 조율하는 곳, 그곳이 바로 섹타나인입니다.
그래서 섹타나인의 BX 디자인 팀장은 ‘한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아니다
이 구조에서 BX 디자인 팀장의 역할은 명확해집니다. 이 사람은 파리바게뜨 하나만 보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던킨 하나만 책임지는 디자이너도 아닙니다.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움직이고, 각 사업부의 자율성과 그룹의 통합 시너지가 충돌할 때 고객 경험이 흩어지지 않도록 중심 잡힌 기준과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은 어떻게 디자인 언어로 유지할 것인가
던킨의 ‘캐주얼함’은 디지털 UX에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해피포인트라는 플랫폼 안에서 각 브랜드의 개성은 어떻게 공존하고 조화를 이룰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이 BX 디자인 팀장의 테이블 위에 올라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브랜드와 브랜드 사이의 경계를 이해하고 그룹 차원의 복잡한 경험 구조를 설계(Architect)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마케팅 다음에 BX 디자인이 결정적인 이유
브랜드 마케팅은 말합니다.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베이커리다.”
“던킨은 젊고 캐주얼하다.”
하지만 고객은 이 문구만으로 브랜드를 믿지 않습니다. 고객은 앱의 인터랙션, 매장의 공간감, 결제 단계의 매끄러움 같은 '실체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판단합니다. BX 디자인은 그 추상적인 언어를 고객의 오감으로 증명해 내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 포지션이 왜 10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가
여러 브랜드, 수많은 이해관계자, 그리고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진 사업부 조직들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는 디자인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율의 역량'입니다.
마케팅의 상위 전략을 이해해야 하고,
현장 사업부의 현실적인 운영 한계를 알아야 하며,
IT·UX·운영팀의 언어를 디자인의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포지션은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리더'를 찾습니다. 포트폴리오에 결과물만 나열되어 있으면 부족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은 이 디자인이 SPC라는 거대 브랜드 구조와 복잡한 이해관계 안에서 어떤 전략적 판단을 거쳐 도출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우대요건이 보여주는 회사의 진짜 기대치
해외 경험 / 마케팅·트렌드 감각: 글로벌 스탠더드와 시장의 흐름을 읽고 브랜드에 이식할 수 있는가?
앱 모션 개발 경험: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 경험은 멈춰있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흐르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 이해도가 있는가?
이 요건들은 결국 BX를 정적인 시각물이 아니라, 고객의 여정 속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경험으로 완성할 인재를 원한다는 신호입니다.
이 직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섹타나인의 BX 디자인 팀장은 파리바게뜨와 던킨, 그리고 해피포인트를 ‘각각 다르지만, 하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이다. 전략이 방향을 만들고, 브랜드 마케팅이 언어를 정리했다면, BX 디자인은 그 언어를 고객의 기억 속에 ‘느낌’으로 남기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광고는 스쳐 지나가지만, 경험은 남습니다. 그래서 기획의 세계에서 BX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고, 가장 오래 기억됩니다.
이로써 기획의 세계를 이루는 세 축, 마케팅 전략 – 브랜드 마케팅 – BX 디자인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됩니다. 전략이 틀을 만들고, 브랜드가 말을 건다면, BX는 그 말을 현실로 증명합니다.
[마케팅 3부작 1부 마침: 기획의 세계, 그 첫 번째 이야기]
지금까지 우리는 마케팅의 출발점인 ‘기획의 세계’를 따라 비즈니스의 방향을 정하는 마케팅 전략, 그 방향을 고객의 선택 이유로 번역하는 브랜드 매니저, 그리고 그 모든 설계를 고객의 감각과 기억 속에 남기는 BX까지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화, 마케팅 3부작 2부에서는 이렇게 설계된 가치와 경험이 어떻게 미디어와 사람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가는지, 즉 ‘확산의 세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설계가 끝났다면, 이제는 전파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