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썼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by 초록퇴근길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을 때,

나는 꽤 뿌듯했다.


매일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고,

블로그와 노트에는 글이 쌓여 갔다.

“꾸준히 하고 있다”는 말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문득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쓴 글을 강의하듯 설명할 수 있어요?”



대답하지 못한 순간


그 순간, 내 안에서 모든 소리가 멎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는 단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 분량을 채우기 위해,

꾸준함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기록에 불과했다.



꾸준함의 함정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매일 조금씩 하면 성장한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꾸준히 한다는 안도감 속에서

나는 정작 깊이를 놓치고 있었다.

문장을 곱씹지도 않았고,

주제를 붙잡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도 않았다.


내가 키운 건 습관이 아니라,

빈 껍데기였다.



그렇다고 무가치한 건 아니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이 헛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시작조차 못 했을 테니까.


1일 1글쓰기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단지 나는 그 의미의 절반만 붙잡고 있었을 뿐이다.


꾸준함 자체가 아니라,

그 꾸준함 속에서 발견되는 본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을 뿐이다.



이제는 계단을 세듯 쓰고 싶다


앞으로 나는,

글을 쓰되 단순히 “오늘도 썼다”로 끝내지 않으려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개수를 세듯,

문장 하나라도 깊이 바라보고,

내가 쓴 글을 내 입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꾸준함의 가치는

횟수가 아니라 방향에서,

양이 아니라 깊이에서 나온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의 글쓰기를 이렇게 증명하고 싶다.


“몇 편을 썼느냐”가 아니라,

“몇 번 독자들에게 의미를 남겼느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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